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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Dec 29. 2020

엽떡의 길 VS 오떡의 길

동대문 엽기떡볶이에서 배우는 전략과 브랜드 포지셔닝

기동본부..^^...

바야흐로 2016년 겨울 27살 문희철은 의경 기동대에서 복무 중이었으며, 춥고 배고팠다. 가장 낮은 계급이었던 나는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갈 수 있는 유일한 부대 밖 장소는 동대문 기동본부 내 종교시설이었다. 그곳은 기동단 내 컨테이너 박스를 쌓은 ‘경신실’로, 한달에 1~2번 신부 님이 미사를 보았고, 미사가 끝나면 지저스께서 5천명의 군중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미사에 참여한 배고픈 기동대원들은 맛있는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기동본부 내에서 천주교는 불교와 기독교의 장점을 병합한 하이브리드 경쟁우위가 있었다. 자비롭게도 그 양은 풍부했으며, 고기를 먹는 것에도 문제가 없었다.


엽기떡볶이. 어쩌면 그것은 불의 발견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곳에서 교촌치킨의 참맛을 느꼈으며, 옛 왕십리 사무실에서 종종 시켜먹던 옐로우 피자를 빡빡이 머리로 맛보았다. 슬픈 사실은 동대문 기동본부와 옛 우리 사무실은 지하철 2정거장 정도로 걸어갈만큼 가까워서 모두 내가 사무실에서 먹던 것과 같은 지점에서 시켜먹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사회에서 즐기는 마지막 햄버거’) 그런데 가장 맛있던 음식은 의외로 ‘엽기 떡볶이’였다. 치즈과 햄 사리를 추가하는 혜자로움 앞에 훗날 나는 프란치스코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우리가 ‘동대문 기동본부’에서 시켜먹은 ‘동대문’ 엽기 떡볶이는 <본점™>이었다. 가장 퀄리티 컨트롤이 잘된 본연의 맛이었던 것이다. 원래 떡볶이를 먹지 않던 나는 그 이후로 종종 떡볶이를 ‘내돈 주고’ 먹게 되었다. (더욱이 교통 의경 근무중 종종 인사동 ‘맛보래’ 즉석 떡볶이를 먹으며 나는 즉떡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그만큼 엽떡이 내게 남긴 기억은 꿈엔들 잊힐리야. 참맛을 깨치는 강렬함이었다.


해가 지나 2018년 자퇴했던 경영 대학에 재입학한 문희철은 국제경영 시간에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매우 큰 공감을 하게 된다. 교수님은 한때 컨설팅펌에 있었고, UCLA 대학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경영 전략’의 고수였다. 교수님은 경쟁우위란 무엇인지 설파하시며 기업과 제품은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 ‘단 하나’를 고객에게 꼭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그리고는 예시로, 애플과 삼성 마지막으로 ‘엽기떡볶이’(!)를 힘주어 강조하셨다. 학생들 대다수는 웃었지만 교수님은 진지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교수님의 말에 완전히 설득됐다. 동대문 엽기떡볶이. 떡볶이를 먹지 않은 내가 떡볶이를 먹게 된 이유. 엽떡은 대체될 수 없는 강렬한 고객경험을 나에게 남긴 것이다. 어쩌면 엽떡의 기억은 나를 프란치스코의 길(?)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꿈엔들 잊힐리야

다시 해가 지나 2020년 우리 동네 (마)계양에 사는 나는, 집 바로 앞에서 <오떡>이라는 브랜드를 발견한다. 엽떡이 조금 질렸던 차 오떡에 들어간 나는 메뉴 구성에서 엽떡과 상당히 비슷(유사점 POP : Point of Pairity)하지만, 다른 점(차별성 POD : Point of Difference )을 발견했다. 오떡은 순살 치킨을 엽떡 가격에 조금만 더하면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떡볶이 식단의 단백질 부족을 보충하긴 딱이었다. 오떡의 맛은 엽떡과는 같은 장르에서 다른 맛으로 엽떡을 아는 사람은 오떡이 퍽 다른 맛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거시 오떡.

다만 확실한 것은 엽떡이 없었다면 세상에 오떡도 없었으리라는 점이다.

엽떡은 떡볶이의 메카 동대문/신당에서 떡볶이라는 범주의 한계를 넘어 없던 길을 냈다. 그 덕에 떡볶이를 안먹던 나는 떡볶이를 먹게 됐다. 


반면 오떡은 엽떡을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 RE 역공학)해서 철저히 분석하고 POP(유사점)을 통해 엽떡 고객에게 낯설지 않은 인상을 주고, POD(차별점)을 주어 굳이 오떡도 선택지에 올려두게 만들었다.


장르를 재해석해서 없던 것을 만드는 엽떡의 길, 있던 것에서 차이를 만드는 오떡의 길. 두 길 모두 세상에는 필요하다.


나는 어느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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