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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Nov 12. 2018

비 오는 가을의 끝날 홍대, 이츠모 라멘과 두레찻집에서

그 많은 홍대 라멘집 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웠다. 찻집의 마무리도

겨울을 부르는 비가 홍대에도 내렸습니다

11월초 홍대 캠퍼스에도 비가 왔다.

9월인 가을은 여름 같았고, 10월인 가을은 춥다가도 가끔은 더웠다. 하늘만은 청명했다. 가을.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왠지 쌀쌀하고 낙엽이 지는 청명한 하늘이다. 가을에도 그런 가을날을 얼마나 마주할 수 있을까?


며칠전엔 비가 왔다. 겨울의 시작이라는 11월 초. 비오는 날은 더 가을 같았다. 쌀쌀하고 낙엽이 지는 비가 내리는 가을. 겨울을 부르는 비가 오고 있다. 청명한 하늘은 비가 지나고 올 것이다. 겨울의 시작에 서서야 가을은 왔다.

박석이 깔린 길을 걸었다. 젖은 낙엽이 길 위에 깔렸다. 정문인 홍문관 3층 카페에서 글을 썼다. 새로 시작한 대중적 글쓰기 모임 <윤문하다>를 알리는 글이었다.


글을 올리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이내 배고파졌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바람이 더 불기 시작했다.

비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걷다 문득 국물있는 것이 먹고 싶어졌다. 지나다가 본 라멘집 입간판이 생각났다. 다시 내려온 길을 올랐다. 내리 걸었던 길은 이제 비오는 오르막이다.


지나치기 쉬운 골목에는 입간판이 하나있다. 골목 끝에는 이츠모 라멘이 있었다.


1. 메뉴는 맛있는 라멘 단 3가지. 골목 끝 이츠모 라멘

짤막한 평 : 메뉴는 라멘 3개뿐이다. 공기밥은 무료다. 주방의 위생 상태가 대단히 훌륭하다. 혼자와서 식사하기에도 충분하다. 라멘 맛있다. 비오는 날 먹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가격 - 메뉴는 단 3가지. 라멘 가격은 모두 8.0천원. 차슈, 계란 추가 옵션이 존재.

 - 맛있다. 5점만점 척도라면 4점을 주고 싶다. 돈고츠 국물의 끝맛에서 불쾌할 수도 있는 느끼함을 잘 잡았다.

서비스 - 3명의 직원이 조리와 계산, 청소까지 모두를 해낸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잘 기능하는 서비스.

찾아가는 길 - 홍대로 가는 오르막길에 있다. 오르는 경사가 제법 있다. 초행길은 다소 헤멜 수 있다.

공간편의성 - 혼자 먹기가 권장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여럿이 와서 먹기에도 좋다. 4인 테이블이 2개 있다. 청결에 대단히 신경을 쓴다. 청결을 생각한 마감이 좋다.

분위기 -  '깔끔함'하고 밝다. 라멘집에 많은 원피스 피규어를 보지 못했다.


우산을 들고 찍다보니 수평이 맞지 않는다;;  청결에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1인석이 이어진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바닥에는 물기가 없다. 육수 끓이는 내음이 딱 좋을만큼 느껴진다. 환기에 잘 신경쓰는듯하다. 오르막을 오르길 잘했다싶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메뉴는 라멘만 3가지. 처음 오는 집이기 때문에 맛의 표준이 될 수 있는 '돈코츠 라멘'을 먹어보기로 했다. 스프는 '진하게', 면은 '보통'으로 주문했다. 차슈를 추가 주문했다. 점심 맥주 가격이 파격적이다.

마실 물로는 차를 준다. 아무래도 보이차 같다. '덕진' 음식인 라멘의 맛을 중화시켜주기 위한 선택같다.

생각날때 올게요!

요즘 라멘계(?)의 자존심은 '계란'같다. 알맞은 반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돋보인달까. 이 곳의 계란은 어떤 질감일까?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오픈키친이다. 두건을 하지 않은 분은 매장 서비스와 청소를 주로 전담하는 롤 같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다가 주방 안을 슬쩍 바라봤다. 요리는 잘 모르지만 각자에게 편하게 조리할 수 있게 알맞은 동선으로 최적화한 느낌을 받았다. 특이했던 (그러나 당연한) 행동은 육수를 끓이는 곳 주변 주방 타일과 식기들을 계속해서 행주로 닦는 것이었다. 보통 육수가 메인인 외식점에서는 '기름 때'가 바닥과 조리기기 주변에 가득한 경우가 많다. 위생상 문제가 있지만, 보통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 곳은 청결히 조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디어 돈코츠 라멘이 나왔다. 상당한 비쥬얼이다. '검은 육수'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약간의 짭쪼름한 맛이다.

계란은 반쪽이 아닌 완전한 하나로 나온다, 살짝 눌러보니 젤리정도의 탄성이 있다.

젓가락으로 눌러보기. 누르는 만큼 안에서도 밀어낸다. 노른자 상태가 궁금해..!

세상에.. 액체 상태에 가까운 노른자다. 국물에 풀면 의도한 국물의 맛을 느낄 수 없으므로, '한입에' 먹는 것이 좋겠다. 남은 계란을 한입에 먹고 면과 차슈를 이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보통 정도' 익히기로 선택한 면은 흔히 아는 라멘집 표준의 그 맛이다. 면도 자가제면은 아닌지라, 다른 곳과 다르지는 않다. 차슈도 라멘의 자존심이 아닐 수 없는데, 부드럽게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불쾌한 돼지냄새를 잘 잡았다. 맛있다.

이 집의 장점은 공기밥을 먹고 싶은 만큼 준다는 것이다.밥 한 공기를 맛있게 먹었다. 다먹고나면 그릇 바닥에 용을 볼 수 있다. 이츠모는 적어도 지금까지 먹은 홍대 라멘집중에서는 가장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과하지 않고, 청결에 가장 신경쓰는 모습이 돋보였고, 맛도 있었다.


백종원 씨가 말한 '프랜차이즈도 이기지 못하면 외식업을 하지 말라'의 관점에 대단히 동의한다. 프랜차이즈가 이츠모정도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집은 오래 남을 것 같다.


한편, 수원에 있는 라멘집인 '키와마루아지'와 메뉴 구성과 스타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러한 라멘 스타일(사조?)이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이츠모 라멘을 매주 한 번씩은 먹을 것 같다.


다시 길을 나섰다. 아무래도 기름진 라멘을 먹었으니 이어서는 '깔끔함'의 극단을 찾고 싶어졌다.

이츠모에서 마신 물은 차였다. 그렇다면..차.. 그래 차를 마시자.


2. 홍대에서도 차분함과 차 내음을 누릴 수 있는 두레찻집

짤막한 평 : 차를 아는 이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차분함과 양질의 차와 다과. 소란한 홍대 속 차분함을 지키고 있는 찻집. 따로 차와 다기를 살 수도 있다. 외국인 손님에게는 최고의 코스.


가격 - 차는 5,000원~10,000원. 디저트 류도 1만원 이내.

 -  5점만점 척도라면 4.5점을 주고 싶다. 차의 다양성과 맛의 깊이는 대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찻집 중에 거의 가장 좋을 것이다.

서비스 - 처음 차 문화를 접하더라도 가장 친근하고 자연스레 차 마시는 것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마포 도서관 돌담길 바로 앞이다. 초행길은 약간 어려우나 가는 길은 평지다.

공간편의성 - 많은 테이블과 편안한 의지가 있다. 화장실은 공용이지만, 건물 내부에 있고, 대단히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분위기 - 조용하고, 차분하다. 고즈넉하다. 편안하다.


두레차의 다양한 메뉴들

두레차는 차를 좀 안다싶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레차는 홍대 지역이 뜨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서 차를 팔고 차 문화를 소개해왔다. 나는 12년부터 이따금씩 이곳에 와서 차를 마시고는 했다. 홍대 주변의 카페들은 저마다 약간의 소란함이 있다. 그것도 좋을 일이지만, 가끔 우리는 소란하지 않은 곳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물론 조용한 카페도 많다. 보통 이런 카페에서는 공부나 작업을 하는 이가 많다. 그런 카페에는 어떤 '정숙함'이 있다. 그것은 '작업'을 위한 강요된 정숙이기도 하다. 필요한 것이다. 단지 편안함과 거리가 있을 따름이다.

두레차에는 자연스러운 '차분함'이 있다. 그 차분함에는 편안함이 있다. 이상하게도 두레차를 가는 돌담길에 들어서면 조금만 걸었는데도 사람은 적어지고, 주변은 조용해진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랄까 보이지 않던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외진 곳도 아닌데 의아하다.


나는 안계철관음이라는 차를 좋아한다. 이 차에는 시원함이 있다. 맑고 맑다. 잡념 많은 머릿 속을 깔끔히 비우는 내음이 있다. 그 밖에도 정말 많은 차가 있다. 많은 선택지는 자칫 길을 잃게도 하는데, 차를 잘 모른다면 물어보면 된다. 지금의 기분과 원하는 느낌만 알고 있다면 충분하다. (두레차는 차 문화원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차를 잘 알고 있으며, 차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녹차 가래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곁들임 간식이다. 바삭한 겉과 알맞게 잘 익은 속은 딱딱하고 쫄깃한 잘 구운 떡의 식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조청에 찍어 차와 함께 먹으면 간식이 이보다 건강히 맛있기란 어려울 것 같다.

두레차가 좋은 이유는 과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정물들이, 소리가, 향이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하는 자리에 알맞게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는 깊이있는 대화, 소소한 담소가 있다. 평일 저녁에 오면 차를 따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함을 누릴 수 있다.

비가 오는 이 날은 빗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셨다. 창 밖을 바라봤다. 낙엽이 떨어진다. 비가 오고 바람은 분다. 겨울의 입구에서야 가을은 가장 가을다운 자신의 마지막을 나지막히 보였다.


두레차에 오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나는 6년전에도 이 자리에 앉아 바라보았다.

나는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했다.

빗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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