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게는 가장 먼 여행이었어
길 위에서
부산에 처음 온 것은 21살 초가을이었다. 그 이전 나는 혼자서 떠나온 일이 없었다. 어린 나는 혼자 떠난다는 것을 두려웠다. 그래도 어떤 기대감이 들게 했다.
처음 마주한 이 도시 부산은 낯설고 생경하고 친근했다.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내게는 낯선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포근함일 것이었다.
모르는 길과 이 도시를 무작정 걸었다. 계획없이 시간을 보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도 혼자 떠난 내게 가장 먼 여행은 대부분 부산이었다. 입대 전 부산에 와서 거리에서 노래했다. 전역 전 마지막 휴가에서 바다 앞에서 노래 했다. 끝도 시작도 부산이었다. 어떤 아저씨가 왜 부산에 왔냐 물었다. 나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팁 박스에 돈을 넣고는 떠났다. 맥주 한 캔 건내고는.
서른이 되어 다시 부산에 왔고 다시 부산을 떠난다
다음 여행은 언제일지 모르겠다. 부산은 또 언제일지 모르겠다.
부산에 올때마다 나는 도무지 내 미래를 알 수 없었고, 매번 올 때마다 낯섦과 생경함과 친근함을 느끼고 떠난다. 어떤 의미들을 깨닫고 떠난다. 다시 일상을 마주하러 떠난다.
나는
다시 길 위에서
끝나기 위해 시작하지 않으려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