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예상이 가능한 일에도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는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좌절이 있을 때 나를 돌봐줄 많은 어른들이 있었으나 다 커버린 어른들이 이런 상처를 받은 후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 대다수 어른들은 상처를 가린 채 일상을 지속할 뿐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이런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영화이다.
말하지 않는 폴은 늘 멍하게 이모들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간다. 초점 없는 눈과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그의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머릿속 엄마를 찾아주겠다며 마담 프루스트라는 이상한 여자가 다가왔다.
붉은 꽃무늬 식탁보와 마들렌 그리고 차는 그 자체만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요소들로 머릿속 무의식에 가라앉은 아픔의 원인을 찾아내 어루만져준다는 것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쓴 차를 마시면 고통스러우나 마들렌을 먹으면 괜찮아지는 게 고통을 마주하고 어루만지는 과정으로 그려진 것처럼 느껴졌다.
마담프루스트라는 인물은 참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엉뚱해 보이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굽힐 줄 몰랐으며 사람들에게 스스럼없게 다가갈 줄 아는 편한 분위기를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다.
이는 사실 머릿속으로 늘 꿈꾸지만 보통사람들이 하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일단 사회에 섞이기 위해서는 내 의견은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뒤탈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이들 수록 본인의 생각을 감추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남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폴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니 인생을 살아"라고 말한다.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삶 말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거기서 나아가 어떻게 살아갈지도 주체적으로 선택해 살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몇 년 단위로 계속 보다 보니 추억도 쌓이고 느끼는 것도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다.
예전 시사회 때 슈게트를 먹어본 기억, 씨네큐에서 시리즈티켓을 받고 구겨질까 봐 가방에 조심히 넣어서 끌어안고 영화를 봤던 기억, 그리고 이번에 카페에서 마들렌과 차를 마시며 영화를 또 상기해 본 기억 등.
+그림을 새로 그릴까 하다가 지금 그리면 더 깔끔하게는 그릴 수 있겠지만 저 그림 자체가 좋아서 새로 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