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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ul 19. 2022

(스포)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살아가는 것조차 숨 막히는 우리들에게 사랑이란?

어린 시절 티비로 접한 사랑 이야기들은 늘 고난은 있으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언젠가 찾아올 나의 사랑도 영원히 변치 않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만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세상은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었고 내가 간과한 큰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담은 이야기, 풋풋한 첫 만남부터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시간을 지나 함께 즐기던 생활마저 즐길 여유가 없어져 멀어지는 현실적인 연인의 이야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봤다.

키누와 무기는 막차를 놓치며 만났다.

막차를 놓친 4명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에서 이야기했는데 키누와 무기는 유난히 대화가 잘 통했고 나머지 둘은 그러지 못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학생이었던 그들과 달리 직장인이었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신들의 모습들과 달리 어떤 주제가 던져질 때 그 겉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였고 이내 그 주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다른 대화로 이어졌다.

키누와 무기는 알지 못했다. 이것이 일에 치여 사는 어른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또 다른 나처럼 똑 닮아있던 둘은 연인이 되었고 하지만 이내 행복함도 잠시 점점 삶의 한계에 부딪힌다.

무기의 그림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었고 알바로 살아가던 키누도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뿐 사랑은 여전했기에 취업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면 행복이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도 착각이었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바를 수행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위한 시간은 줄어들었고 그만큼 그들의 사이도 멀어져 갔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익숙해진다는 것.

사랑이란 감정은 늘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감정에서 출발해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상태에 이른다.

긴 시간 함께해온 추억과 정은 생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느끼는 설렘과 사랑이라는 감정은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전부라고 느껴지는 사랑도 어른이 되면 내 삶에서 작은 부분이 되어버리고 이내 카페의 다른 직장인 둘처럼 변해가는가 보다.

어른이 되어보니 사실 사랑을 하기에도 빠듯한 삶이 지속된다.

야근이 없는 직장인데도 9시간가량을 회사에서 보내고 오면 쓰러져 잠자리에 들기 바쁜 일상이 지속되어 어느새 사랑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때에 오히려 이것저것 시도해 볼 용기가 있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꿈꿀 여유가 있었던 듯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그 당시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의 사랑은 가장 향기로운 향기를 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하지만 이 꽃은 이내 시들고 만다.

성숙해진 후의 사랑은 그때만큼 아름답거나 진한 향기는 아니지만 은은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향기를 내며 피어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인데 그 마음을 붙들어두는 것도 나의 삶의 일부분을 희생해야 하고 먹고사는 현실이라는 문제에 부딪쳐야 해 참 어렵다.

살아가기도 힘든데 과연 은은하게 오래가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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