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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ul 20. 2022

(스포) 이도공간

장국영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으나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배우가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기도 한다.
사실 나는 아주 어릴 적 천녀유혼을 본 이후로 그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고 학교 가려고 준비하다가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도 너무 어릴 때라  잘 모르고 지나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이후 성인이 되고 패왕별희를 본 후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가 정말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있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천녀유혼,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다음으로 보게 된 영화는 "이도공간"이다.
공포영화라서 볼지 말지 참 많이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공포치고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으니 나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은 주저 말고 보시길 바란다.

영화는 귀신을 본다고 믿는 소녀 "얀"이 정신과 의사 "짐"과 만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짐은 얀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뇌에 생긴 이상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고 짐의 치료로 얀은 점차 귀신에게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얀이 과거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이후 누군가에게 차이면 이상행동을 한다는 것을 안 짐은 그 사실을 알고부터 이상한 것이 보이고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마치 과거 짐의 여자 친구처럼 보이는 얀의 설정이 흥미로웠다. 영화적 편집도 그렇게 진행이 된다. 이는 과거 짐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기 위한 두 번째 기회로 느껴지기도 했고 마음속의 병을 서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치료해 줄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또한 장국영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어쩔 때는 냉철한 교수로, 어쩔 때는 멜로물의 남주로, 그리고 정신이 이상해질 때 보이는 공포에 질린 모습과 광기까지 그렇게 장국영의 여러 모습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짐이 과거 여자 친구와 죽은 새를 보내주며 했던 "아름다운 것들은 그렇게 사라지나 봐"라는 말처럼 영원한 사랑도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잘못된 마음은 상대방을 상처 주기도 하고 평생 트라우마로 정신병에 갇혀 불행하게 살도록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싶었던 듯하다.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귀신 분장이 해도 해도 너무 조악하여 종종 공포 분위기가 깨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외에 장국영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공포와 멜로의 결합이 생각보다 마음에 잘 다가왔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다.
장국영 배우의 유작을 극장 스크린으로 보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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