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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ul 21. 2022

(스포) 큐어

어떤 구원의 형태


인간이라는 존재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때문에 불쌍한 이를 도와주고 때로는 짐처럼 느껴지는 환경에서도 그 짐을 기꺼이 짊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타인에 대한 질투, 미움, 원망 또한 가지고 살아간다.
이 영화는 이러한 인간 내면의 일부를 꿰뚫어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고찰해 보고 있다.

도쿄 지역에서 계속해서 동일한 살인 형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전부 목에서 가슴까지 X자 형태로 상처가 나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추적하던 형사들은 곧 알게 된다.
그들이 "마미야"라는 인물을 만났다는 것을.

마미야는 흥미로운 인간이다.
일단 바로 전의 대화도 기억하지 못해 전혀 대화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에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목적만큼은 잊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은 마치 "무"인듯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상대에 대해 묻고 상대의 대답을 듣고 싶어 하고  온전한 정신이 아님에도 상대방의 대화 속에서 약점을 캐치해 내 그곳을 파고들어 간다.
그래서 그에게 대답을 해준 사람들은 순식간에 최면에 빠져들고 만다.

이 영화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마미야라는 인물이 나오면서부터 하나의 형태로 모인다.
그리고 관객들은 타카베 형사와 마미야에게로 집중하기 시작한다.

마미야의 무분별한 최면 그리고 살해 행위는 마치 존경하는 심리학자 "메스머"를  기리는 행위로 보이기도 했다.
메스머의 메를 가타카나로 쓰면 "メ" 라는 모양인데 이 모양이 마치 피해자들의 목에 있는 X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타카베 형사의 살해 행위는 마미야의 그것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에 더 충실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그동안 억눌러왔던 도덕성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진 그의 살해 행위는 더 진화된 형태로 느껴지기도 했다.

도덕성이라는 게 있어서 질서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원망과 미움을 끄집어내 봄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불완전한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이러한 행태가 닉네임을 가지고 활동하는 가상공간, 그마저도 없는 익명의 공간과 유사하게 느껴진다는 생각까지 가니 그 공포가 더욱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파이의 아내로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었는데 큐어라는 작품도 만나보니 감독님께서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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