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짱구가 지금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건 놀랍다. 게다가 시대에 맞게 그 이야기의 깊이 또한 깊어진 모양이다.
극장판은 이번에 처음 접해보게 되었다.
이번 짱구 이야기의 주제는 "청춘"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짱구 친구들이 명문 엘리트 학교에 체험 입학하며 진행된다.
우리는 늘 짱구를 보며 얘들이 언젠가 커서 초등학교에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짱구 시리즈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는 그토록 친했던 짱구 친구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엘리트를 꿈꾸고 월등한 성적을 자랑하는 철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될 테니까.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포인트를 나열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친구들과 계속 계속 함께하고 싶은 철수의 마음
엘리트 학교는 철수가 친구들과 함께 엘리트가 되고픈 마음에 지원했다.
비록 공부에는 관심 없는 친구들이지만 함께 학교에 있으면서 같은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걸로 보인다.
이 장면을 보며 성남을 떠나 서울로 이사 갈 준비를 했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 가장 아끼는 물건을 교환했고 편지하라며 사진도 교환하고 아쉬운 마음에 놀이터를 빙빙 맴돌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그 친구들과 연락은 끊겼지만 가끔 꿈에 나오는 걸 보면 그리운 시절이긴 하다. 서울 와서 계속 힘들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2. 학창 시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성적보다 한 번뿐인 청춘에 추억을 쌓는 것
영화는 짱구라는 시리즈의 특성에 따라 잔잔한 유머로 흘러간다. 그러나 그 안에 메시지까지 가볍지는 않다.
물론 학교에서 성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순수하고 열정적인 청춘 그 시기에 행복한 추억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이는 나처럼 지나간 학창 시절에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했고 지금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는 친구들에게는 잔잔한 울림이 되었을 것이다.
3. 우리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서 흘리는 땀은 소중한 것
가장 기억나는 부분은 은질주 부분의 스토리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비웃음 당해 포기해야만 했던 은질주 이야기는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엔 남한테 필요 이상으로 관심이 많아 다른 사람의 노력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거듭하며 우리는 어느새 시도하기도 전에 "난 그거 잘 못해"라고 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모든 도전할 수 있고 언제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4. 여전히 웃긴 짱구 친구들
어린이를 타깃으로 나온 영화라 엄청난 b급은 아니지만 조금 순화된 b급으로 상영 내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이중인격급인 훈이의 모습이었는데 특히나 훈이가 위장 머리를 떨어뜨릴 때 주섬주섬 당황하며 붙이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외 은근히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던 유리, 맹구의 모습, 의외로 허당인 철수의 모습, 여전히 엉덩이에 집착하며 한 번씩 일침을 날리던 짱구의 모습도 여전해서 기억에 남는다.
청춘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누군가에게는 눈물로, 또 땀 등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청춘은 짱구 아빠 말처럼 현재일 수도 있다. 삶에 있어서 우위에 있는 것도 좋지만 평범한 일상 속 빛나는 작은 행복들을 우리는 참 많이 놓치고 지나가는 듯싶다. 우리의 현재는 청춘이기에 아름답고 늘 찬란하게 빛난다. 그래서 언제나 다시 일어나 뛸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