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문 Oct 17. 2023

스크래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 그들의 이야기

이야기가 엄청나게 새롭지 않아도 영화 내 따뜻한 분위기와 통통 튀는 인물들로 인해 그 영화가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스탠바이 웬디"가 그런 작품이었고 스크래퍼의 예고편을 만나게 된 순간 이 영화 또한 그렇게 내 마음속에 들어올 영화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영화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글에 x자를 그리며 "미안하지만 나 혼자 자랄 수 있거든"이라는 당돌한 표현을 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표현을 통해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이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지금 혼자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조지는 엄마를 잃었음에도 어른스럽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깨끗하게 집을 청소하고 씩씩해 보였다.

그러나 알리가 흐트러뜨린 쿠션을 다시 엄마와 함께 있을 때처럼 돌려놓는다던지 밤에 몰래 나가 엄마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그 억세보이는 조지도 아이였고 결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조지의 집 담장을 넘어 이상한 아저씨가 들어왔다.


영화는 어른스러워 보이나 속은 아이인 조지와 어른이지만 철들지 않은 제이슨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괴짜스러운 조지와 같은 눈높이에서 놀아주는 제이슨은 누가 봐도 딱 조지의 아빠였다.


흔히 이런 영화를 볼 때면 그래도 꽤 돈이 있고 부유해 보이는 집이 나오곤 했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당장 조지와 제이슨만 보더라도 그렇다.

사실 이 영화는 샬롯 리건 감독님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노동계급을 다루는 다른 영화들은 인물들이 비참하게 그려지지만 자신이 경험한 것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즐거웠고 따뜻했던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한다.

자전거를 훔쳐서 부품을 파는 조지의 행동을 알면서도 조지의 딱한 상황으로 눈감아주는 영화 내의 분위기, 아빠와 금속탐지기를 가지고 신나게 노는 조지와 제이슨, 귀에 보청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가 편견 없이 조지를 대해주는 따뜻함 등에서 이를 읽어볼 수 있었다.


아빠로 변신한 해리스 딕킨슨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력과 잘생긴 얼굴로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인식시켜 가던 배우였는데 아직 30도 안 된 나이로 아빠 역할을 한다는 소식에 이 영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속의 해리스 딕킨슨의 모습은 마치 제이슨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이상하게 염색한 머리, 후줄근한 반바지와 점퍼, 그리고 그 복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금색 목걸이까지 영락없는 제이슨 그 자체였다.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배우라니 다음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된다.


따뜻한 마을 분위기 그리고 아빠와 딸이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서서히 받아들이는 귀여운 과정을 보면 누구든지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파이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