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스튜디오 애니가 명작이라는 소리는 익히 들어왔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혀 없어서 극장개봉을 놓치면 보기 힘들었었다. 그래서 지브리 작품은 얼마 전 재개봉했던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만 봤었는데 드디어 지브리도 넷플릭스 및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브리 도장 깨기를 들어가기로 했다. 그중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이 영화는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 중 가장 탑이라고 불려지곤 했어서 가장 궁금한 애니였다. 바람을 빨아들이고 있는 미지의 장소에서 부모님을 잃고 귀신들의 세계에서 살게 된 치히로. 그나마 있던 이름마저 그 세계를 지배하는 유바바라는 마녀에게 빼앗기고 10살의 몸으로 혹독한 노동착취를 당하게 된다. 치히로가 머물게 된 곳은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이고, 그에 합당한 대가 또한 주어지지 않는 곳이다. 이 영화는 중간중간 현실을 판타지에 잘 녹여내며 꼬집고 있었는데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정도의 지불이 반드시 필요하고 노력 없는 대가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것은 특히 가오나시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유바바 밑의 사람들이 이름을 빼앗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하나의 직책으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사실 10살은 한창 응석 부릴 나이인데 치히로는 이러한 고달픈 환경 속에서 점점 현실을 배워갔고 그 곁에는 묵묵히 그녀를 도와주는 하쿠가 있었다. 그리고 혹독함 속에서 성장을 한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애니 천녀유혼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둠이 지면서 귀신의 세계로 변한다는 설정과 이승과 저승의 경계의 묘사가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것에서 더 나아가 현실세계의 이런저런 모습을 비유적으로 녹여냈고 이는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함과 동시에 생각 없이 맞춰진 세계에서 사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주었다.
더욱더 확장된 세계관에 지브리 특유의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감정들로 마음이 황홀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