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건호 Feb 03. 2019

#1 리스본 공항 도착

리스본 공항 그리고 지하철 티켓

큰 어려움 없이 물 흐르듯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 본듯한 얼굴들은

입국심사 대기 줄에서

그리고 수하물을 찾는 컨테이너 벨트에서

조금씩 사라졌고,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자

모두 뿔뿔이 흩어져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어

필요한 일들을 마친 후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공항과 지하철역은 바로 이어져있었고,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자동발권기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


그 순간,

어떤 젊은 청년이

나에게 티켓을 건넨다.


“이 티켓을 오늘까지 쓸 수 있는데,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가지세요.”

티켓을 건네는 청년 (2018, 오건호)

순간 나는 살짝 머뭇거렸다.


외국에서 그것도 여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호의는

한 번 의심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쿨하게 감사하다며 받았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제 막 낯선 나라에 첫 발을 디딘 여행자였고

전혀 모르는 장소,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0.01%의 리스크마저

회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지만 괜찮다며

그를 그냥 지나쳐 버렸다.


서울 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낯선 사람들이 낯익은 방법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접근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


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면역반응 때문이었는지

거절을 하면서 미안함보다는

무조건 반사와 같은 자연스러움이

나의 반응을 유도했다.


곧 차례가 되어

자동발권기에서 어렵지 않게 티켓을 구입하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지하철 승강장을 향해 걸어갔다.


청년의 티켓은

돌아오지 않을 기억의 저편으로 넘긴 채



매거진의 이전글 #0 반 칠십, 생의 한가운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