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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Apr 13. 2019

#17 발견기념비, 대항해시대를 연 33명의 인물들

바스코 다 가마가 항해를 시작한 곳에 우뚝 서있는 발견기념비

벨렝탑에서 다시 제로니무스 수도원 방향으로

강변을 따라 걸으면 발견기념비가 나온다.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선원들과 그 후원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로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가

항해를 떠난 바로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발견기념비에는

총 33인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항해왕 엔리케를 선두로 하여

각자 테주강을 향해 특징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불안감을 뒤로하고

새로운 그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불확실함을 무릅쓰고 도전한 자들


비록 상황은 불확실했지만

자신의 의지와 무언가를 꼭 발견할 것이라는 점엔

확신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리스본의 발견기념비 (오건호, 2019)

과연 저들이 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했다면

굳이 항해를 시작했을까?


‘현실에 안주하여 도전을 멈추는 순간

새로운 것은 없다.’


기념비에 올라선 그들이 던져주는 메시지 같았다.


만약 그들이 항해 도중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출항을 선택한 후회가 컸을 것인가,

아니면 애초부터 항해를 시작하지 않았을

그 이후의 미련과 후회가 더욱 컸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답은 다르겠지만

그들의 삶을 이끈 가치에 비추어 봤을 때

충분히 답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발견기념비 앞 강둑에 앉아

늦은 오후 햇빛에 반짝이는 테주강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다

문득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든다.


‘저기 33인이 만약 요즘 같은 시대

우리나라의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했다면,

과연 쳇바퀴 도는듯한 회사생활에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었을까?’


어이없는 상상에 혼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이미 다들 사표를 내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모험을 떠났겠지?’


다시 한번 기념비 위의 그들을 그윽이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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