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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Apr 05. 2019

#16 벨렝탑 앞에 서서

드로잉, 기다림이 즐거운 시간

제로니무스 수도원 근처 강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벨렝탑으로 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바탕에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묻은

벨렝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건물 입구로 이어지는 다리길 위로

이미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유명한 관광지에서의 기다림은

특별함에 대한 기대 속에서 자발적으로 맞이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지만


홀로 긴 줄에 서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기다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엄습하는 무언가를 해결해야 할 숙제를 던져준다.


간단히 말하자면 외롭고 지루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기다림의 시간은 오히려 내게 필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벨렝탑 (2018, 오건호)

벨렝탑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시간

펜과 종이를 꺼내 든다.


무력하게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을 멈춰 세워

눈 앞의 이 순간을 종이 속에 담아본다.


기다림이 길어져도 괜찮은 즐거운 시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을 수 있어 선택하는

혼자만의 여행이 지치고 외로워질 때쯤

여행 드로잉은 언제나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이곳 벨렝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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