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건호 Apr 16. 2019

#18 에그타르트 맛집 Pasteis de Belem

여행객 할아버지께서 들려준 에그타르트 이야기

벨렝 지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곳

포르투갈이라고 하면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 하면 바로 이곳

‘Pasteis de Belem’


직역하자면 ‘벨렝 제과’ 정도.


제로니무스 수도원 바로 근처에 위치하며

이곳에서는 ‘나타(Nata)’라 부르는

에그타르트의 원조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에그타르트의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왠지 안 먹으면 손해일 듯하여

무작정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이미 줄이 길게 서 있지만

서울에서도 그동안 많이 숙달이 된 일이라

이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Pasteis de Belem (오건호, 2019)


몇 분을 기다렸을까,

앞에 서 계신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말동무가 필요한 듯 말을 걸어오셨다.


“혼자 여행 중이신가?”


영국에서 온 그 할아버지는 아내분, 그리고 

리스본서 일하고 있는 아들 내외와 함께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하셨다.

일주일에  번은 이곳에 오시는데 

할머니가 몸이 안좋으셔서 이번에는 혼자 오셨다고 한다.


“아내가 이곳 에그타르트를 워낙 좋아해서 말일세.”


할머니와 이곳에 들러 산책도 하고 

에그타르트를 드시는 게 인생의 낙이라고 하셨는데,

한동안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고 하셨다.


“내 재밌는 얘기를 해줄까?”


“여기가 에그타르트의 원조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에그타르트가 옆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처음 탄생했기 때문이야.”


큰 연관성이 없을 것 같았던 두 곳의 연결점을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발견하고는

더욱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전 수도원에서는 옷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달걀흰자를 썼었는데, 그때 남은 노른자를 써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해서 나온 것이

바로 에그타르트, 즉 나타였어.”


할아버지는 목이 건조해지셨는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수도원의 나타는 그 유서가 깊은 만큼

레시피도 매우 특별했는데,

글쎄 포르투갈 내전 때 수도원이 해체되면서

그 앞 사탕수수 공장 사장이 그 레시피를 사들여

나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던 거야.”


‘1837’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서

지금 서 있는 타일 바닥을 내려보니

이곳의 개업 연도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자네도 포장해 갈건가?

여기 긴 줄은 포장 손님들이 서는 줄이네.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네.”


...

순간 나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될 줄에

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에그타르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되어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았다.


에그타르트로 탄생한 남은 노른자와 같은 것이랄까.

거리에서 흘려보낸 시간이 아쉽긴 했지만,

세상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7 발견기념비, 대항해시대를 연 33명의 인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