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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May 26. 2019

#22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

평범하게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리스본의 오래된 주택

“자네 어디서 왔다고 했지?”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 몇 년 정도 되나?”


나는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내가 한동안 답이 없자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보이는 이 집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이야.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지.”


“그럼 언제쯤 지어졌나요?”


“15세기에 지어진 걸로 알고 있어. 1755년에 있었던 리스본 대지진도 이겨낸 튼튼한 집이야.”


15세기라면 우리나라 조선시대 초기에 지어진 집에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다른 주택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아

그의 설명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인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 (오건호 2019)

나는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이곳을 바라보았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보다는

오히려 오래되어 보이지 않고 주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평범한 주택의 모습으로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듯 했다.


수 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이곳이 담아내고 목격해왔을 이야기 또한

사뭇 궁금해진다.


잠시 시선을 옆으로 돌리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나의 감상이 끝이나길 기다리는 듯하다.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곤 약속이나 한듯 발걸음을 옮겨

다시 골목길을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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