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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Jun 04. 2019

#23 커다란 벽화가 보이는 골목

갈등의 벽화

몇 걸음 걷다 앞을 보니

건물 전체 벽면에 커다랗게 그려진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벤치에 청년과 할머니가 앉아 있고

할머니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셀카를 찍고 있는

청년을 향해 무언가를 뿌리고 있다.


리스본 어느 골목의 벽화 (오건호, 2019)



“저게 무슨 내용이죠?”


벽화를 가리키며 그에게 물었다.


“저기 청년과 할머니는 각각 관광객과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을 그린 거야.

일부 주민들이 리스본에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조용히 지낼 수 없고, 이런저런 불편함을 겪는다며

관광객들에게 적대심을 표출할 때가 있거든.”


그것은 관광객과 원주민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풍자하는 벽화였다.


얼마 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 북촌마을에서

각종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그곳의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다는

뉴스를 접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만히 벽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관광객 입장에서 바라본 할머니는 짓궂게,

할머니 입장에서 바라본 관광객은 얄밉게

느껴지는 듯하다.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듯

각자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피해자라고 외칠까.


만약 청년과 할머니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서로가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벽화는 관광객과 주민 사이의 갈등에 대한

단순한 풍자를 넘어

언제나 갈등이라는 상황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고 생각하게끔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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