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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Jun 22. 2019

#26 골목길 노부부

마음이 따뜻해지는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

다시 혼자가 되어 거리를 걸었다.


잠시였지만 둘이서 걷다 혼자 걸으니

은연중에 허전함이 찾아온다.


금세 익숙해지겠지.


꽤나 긴 시간을 걸어서 그런지 허기가 지는 듯

무언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리스본의 음식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타임아웃 마켓’


휴대폰으로 위치와 가는 길을 대략 파악하고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아 길을 나선다.


TV에 등장했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맛볼 생각에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골목길을 걷고 있는 도중

저 멀리 사이좋게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오고 있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온다.


골목길을 걷는 노부부 (오건호 2019)

매번 여행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적한 공원이나 거리에서

노부부가 사이좋게 손을 꼭 잡고 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영화의 해피엔딩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기 때문일까.


그런 그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주변의 배경을 찍는 핑계로

그들을 사진 속의 주인공으로 담곤 했다.


지금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좁은 골목 끝을 향해

촬영 버튼을 누른다.


‘찰칵’


촬영 소리에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살짝 목례를 하며 미소를 보낸다.


그러자 할머니는 손을 까딱까딱

접었다 폈다 하시며 내게 인사를 건네신다.


어색했던 나의 미소는 이내 자연스러워지고

그들이 지나간 후에도 입가에 계속 감돌며

긴 여운을 남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멋진 전망과 풍경이 주는 감동을 넘어

사람이 주는 감동이 그 순간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만들 때가 있다.


지금 아름다운 순간 하나,

기억 공간 한 곳에 담아본다.


언젠가는 그 기억에 닮아 있을 나의 모습을

어렴풋하게 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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