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규 Oct 20. 2024

과태료 남발 곤란하죠

알면 민원해결 가능합니다

교통위반 과태료 통지서가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2024년 9월 30일 오후였습니다. 3장이 동시에 왔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한 번에 과태료 통지서가 3장씩이나? 심한데...'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급하게 봉투를 개봉했습니다. 자세히 서류를 보고서는 화가 났습니다.


각 4만 원씩 3번 걸렸다는 통지서였습니다.  12만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놀랍습니다. 1분 만에 3번 걸렸습니다. 9월 15일 15:08분에 1건, 15:09분에 2건. 사유는 차선변경, 좌우회전 할 때 방향지시등을 안 넣었다는 겁니다. 엄청난 위반도 아닙니다.


통지서에 사진이 있는데, 찍힌 각도를 보 뒤따라오던 차 안에서 찍었습니다.  


지난 추석에 부모님 산소에 갔을 때 음성읍을 들렀는데, 그때 찍힌 것입니다.


산소에 갔는데 조화가 색이 바래서 새 조화를 사다 놓으려고 음성읍에 들렀니다. 읍내가 텅텅 비어 있어서 방향지시등을 켜고 다닐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이번 일 치르기 전에는 방향지시등 안 켜는 것이 그렇게 큰 위반이라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부모님 산소가 있는 동네 인심이 이리 고약하다니... 원래 우리 선산은 경기도 평택입니다.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면서 이 쪽으로 옮긴 건데, 대접이 영 형편없네요.  


뒤에 오던 차량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1분 동안 따라오면서 3장을 찍어서 경찰서에 고발했을까요? 본인에게 위협을 가한 적도 없고, 서로 실랑이를 한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고발하것도 귀찮은 일인데 말입니다. 고발 보상금도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고발 보상제를 시행했는데, 신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없앴다고 합니다.


뭔가 불만스럽고, 어딘가에 화를 풀고 싶은 상태...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짐작합니다. 우리 사회는 화 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덩어리들이 많습니다. 갑자기 차를 몰고 돌진하고, 묻지 마 살인하고...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위험요소를 통제하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3건 맞습니까? 과한데요?


여하튼 이걸 3건이라고 보고 과태료를 왕창 물리는 건 잘못된 업무처리입니다. 승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도저히 3건이 아닙니다. 1건이라고 봐야 합니다.


답답한 심정을 페이스북에 올려봤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1분 안에 3장이라니, 너무 심하네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인 중에 경찰 출신이 있는데, 이 분은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그냥 내는 게 좋습니다. 내가 경찰 현역일 때 본 일인데, 어떤 사람이 조치에 불복하다가 결국 재판까지 갔는데, 판사가 3만 원짜리 범칙금을 그 자리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는 판결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 했습니다. 결론은 3건의 과태료를 다 내기는 억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불합리한 상황을 얘기해 보려고 담당라고 통지서에 적혀있는 구로경찰서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디나 그렇듯이 공공기관은 전화가 안됩니다.


그 이유를 압니다. 저도 8년간 감사담당관으로 근무를 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생태를 잘 압니다. 당시 기억을 되살려보면, 귀찮아서 안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억울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명색이 행정사인데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권익위가 힘 있을 때는 권익위 말발이 통했는데, 지금은 어떨까 모르겠습니다.


구로서는 통지서만 발급했을 뿐이고, 실제로는 음성경찰서랑 통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성에 전화를 했습니다. 몇 번의 전화 시도 후 다행히 통화가 되었습니다.


"1분 안에 3장의 과태료가 날아왔는데, 이건 심합니다"

"언제 있던 일인가요?"

"9월 15일 오후 3시 08분, 09분에 일어난 일입니다."

"검토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기다리니 전화가 왔습니다.


"한 건만 과태료를 내세요."


나머지는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건으로 고발된 것이니 한 건으로 처리하겠다는 얘기입니다. 합리적 수습안입니다.


애초부터 1건으로 고발할 일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3장의 고발이 들어오니, 각 사진마다 과태료를 부과한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접수한 공무원이 자료를 자세히 쳐다보았으면 안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습니다. 처리 가능하다는 믿음, 그리고 민원의 합리적 처리를 위해서 할 일을 알고 있으면 민원 처리율은 높아집니다. 처리 불가능할 것 같은 민원도 어느덧 해결됩니다.


합리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이 합리적으로 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런 기본적인 것이 소원이 되고 있는 세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 결정하는 자영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