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힘든 직장생활은 많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일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만, 대개는 사람 때문에 힘듭니다.
모든 무리 동물이 그렇듯이 인간도 약자를 괴롭힙니다. 자기 보다 하급자나 약자일 경우에는 갑질을 하고 집단 따돌림도 합니다. 갑질이 얼마나 힘들면 자살을 할까요? 어느 직장, 무리이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꾸 그 사람이 신경 쓰이고, 급기야는 미워하고, 그 사람 때문에 인생이 괴로워집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상대가 무례한 경우도 있고, 경쟁자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젊을 때는 상대 탓을 했습니다. 상대가 무례해서 내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성적이고 괜찮은 사람인데, 저 자는 용서가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장 생활할 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직장이 아니라면 서로 안 보면 될 텐데, 매일 만나야 하는 관계이다 보니 괴로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점차 예민해져서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는 그냥 넘겨도 그 자가 하는 말은 넘겨지지 않습니다. 들을 때는 그냥 넘겼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괘씸할 때도 있습니다. 무심히 넘긴 내가 바보 같고, 그 자리에서 맞받아쳤어야 한다고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람이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마음의 병도 생깁니다.
마음에 안 드는 그 자는 내가 뽑은 게 아닙니다. 선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다니는 한 매일 봐야 합니다. 그 자만 없다면 인생이 행복할 텐데, 운명이 만만치 않습니다.
자영업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내가 사장이니까, 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안 뽑으면 됩니다. 신중하게 뽑아서 나랑 안 맞을 것 같은 사람은 미리 거르면 됩니다. 판단에 자신 없으면 안 뽑으면 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하루 종일 씨름하느니 외주용역을 주는 게 홀가분합니다.
미운 사람을 안 봐도 된다는 점, 이것 하나만으로도 자영업은 은퇴 후 취업보다 좋은 대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이 먹은 지금 생각하니, 남만의 탓이 아니고 나도 만만치 않은 잘못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어디에든 있는 진상이 우리 사무실에는 없다? 그러면 그 곳의 진상은 나일 수 있다.
나의 인격적 부족함이 사람 사이 갈등을 만들어낸 원인일지 모르겠습니다. 나때문에 고통 받았을 상대방에게 죄송합니다. 진작에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그 사람과 관계도 서로 지낼만 했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듭니다.
버스 떠난 후 손 흔든다더니, 젊은 시절 지나니 이제 와서 부족함이 보입니다. 젊을 때는 남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갈수록 나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듭니다. 고개가 숙여진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