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근절이 청렴 핵심
청렴 강의를 나가면 날이 갈수록 갑질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늘어납니다. 청렴 중에서도 갑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싶어 합니다. 공공기관에서 갑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공공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매년 청렴도 평가를 받습니다. 청렴도 점수가 오르려면 갑질을 통제하여 조직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한쪽에서는 청렴도를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갑질이 만연합니다.
24년 현재, 국내 제조 중소기업의 20.4%가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3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집계할 때의 23%와 별 차이가 없는 수치입니다. 불공정행위의 세부유형(복수응답)은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68.6%, 부당한 계약 취소 및 변경 25.5%, 부당 반품 23.5%, 대금 미지급 또는 지연 지급 21.6% 등입니다.
이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 방식은 무대응 및 수용이 55.9%로 가장 높았습니다. 힘없는 약자의 설움이 드러납니다.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부정 응답은 32.8%를 기록했습니다. 대기업의 심각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주무관청인 중기부는 중재 역할을 안 합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부처인데, 현실에서는 대기업 편을 들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만 억울한 것이 아닙니다. 24년 10월 [직장갑질 119]라는 사회단체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원인들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77.7%였습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갑질 경험 비율이 26.4%로 평균 보다 10.4% 높았습니다. 공공기관의 이직이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 응대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언 폭행 등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제정되었습니다. 제정 후 6년이 지났지만, 현실에서는 개선이 더딥니다.
갑질 피해자 중 61.9%는 '참거나 모른 척했다', 25.6%는 '회사를 그만뒀다', 26.3%는 '회사에 대책을 요청했다', 6.9%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회사가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은 53.6%, 감정노동자보호법을 모른다는 답변은 63.9%였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갑질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무관청에서 적극적으로 갑질을 잡으려고 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주무관청조차 대기업, 사업주 등 강자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입니다.
'대기업이 잘 되어야 모든 국민이 먹고살게 된다'는 박정희 식 논리는 여전히 관료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유교적 논리입니다. 윗사람이 잘 되어야 온 집안이 잘 된다는 생각입니다. 윗사람은 대기업, 남성, 가장, 사장 등으로 바뀌면서 항상 강자를 보호하는 논리로 둔갑합니다.
언제까지 강자편만 들어줄 것인지 갑갑합니다. 인간은 평등하고, 갑질은 아주 나쁜 짓이고, 갑질 심하게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갑질근절 인식이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이고, 청렴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