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모친
최동규 행정사 사무실은 2층입니다.
이 건물의 1층에는 2개의 가게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대찌개 집입니다.
다른 하나는 꼬치구이집인데, 폐업한 지 몇 달 되었습니다.
제가 입주했을 때 부터 비어 있었습니다.
몇 달을 가게 문을 닫고 있었는데, 1달 전 쯤에 사람들이 와서 가게를 정리했습니다.
가게 주인은 아닌 듯 했습니다.
철거회사에 용역을 준 듯 했습니다.
몇 달 동안 가게문만 닫힌 채 있다가 내부를 정리를 하니 조금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보니, 마당에 꼬치구이집 물건이 한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철거회사 사람들이 물건을 마당에 놓고 간 것입니다.
온갖 물건이 마당에 무질서하게 놓여 있으니 보기가 안 좋았습니다.
집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당이 이 지경이니 치워달라고요.
주인은 지방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치워주겠다고 답은 왔는데, 실행은 없었습니다.
1달 동안 치울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출근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마당에 쌓인 짐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누구세요?"
"1층에 있던 꼬치구이집 엄마예요."
"아"
"칼 좀 빌려주세요."
칼을 빌려드리고 사무실로 와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좋은 일로 정리하러 온 것이 아니니 얼마나 마음이 상할까?
왜 자제분 대신에 엄마가 왔을까?
어려운 자영업의 현실을 직면하게 되니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드릴 건 커피 한 잔 뿐.
따뜻한 커피를 타서 1층으로 내려가서 아주머니께 드렸습니다.
퇴근하는데, 아직도 일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바닥에 음식소스가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마디 당부를 했습니다.
여기 묻은거 잘 치워주세요.
갑자기 쌀쌀한 말씨로 알았다고 대답합니다.
참으로 사람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한다는게 어렵습니다.
조금 전 까지는 훈훈했는데, 그 말 한마디에 얼음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