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홍제동 화재사건
소방기관으로부터 청렴교육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갑질방지대책 등 청렴 관련 제도를 설명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사례 중심의 강의를 요청합니다.
사례 중심이 더 재미있겠죠.
의뢰 들어오는 기관의 관련 사례를 찾기 위해 강의 나갈 때 마다 자료를 검색합니다.
지금은 소방 관련된 자료를 보고 있습니다.
2001년 3월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사건.
우리나라 소방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날입니다.
화재현장에 도착하니, 주인 아줌마가 아들이 안에 있다고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사람 구할 생각에 소방관들은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도저히 찾을 수 없어 1차 퇴각 했는데, 주인 아줌마가 우리 아들은 어쩌냐고 울부짖었습니다.
이미 건물이 주저 앉기 일보직전이었지만, 소방관들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집이 내려앉았습니다.
6명의 소방관이 사망한 참혹한 사건입니다.
화가 나는 건, 안에 있다던 아들이 엄마와 싸우고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은 다른 곳으로 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게 또 있습니다.
당시 소방관들이 입던 옷은 방화복이 아니었습니다.
불 끄러 들어가는데, 방수복이 지급되었던 것입니다.
가격이 싸기 때문입니다.
2001년이면 88년 올림픽 개최 후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진 때입니다.
먼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방화복은 비싸니, 소방관에게 방수복을 지급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습니다.
2001년 이후 방화복이 지급되었습니다.
홍제동 사건 이후 소방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