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고객의 시대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맘때면 나오는 책, 2020 트렌드 코리아 책을 샀다.
해마다 이 책을 사서 트렌드도 살펴보고 주로 외식 공간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별도로 표시해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연관된 내용이 있으면 인용을 하기 도 하고 참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다른 여러 책들도 보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석이 좋아서 꼭 챙겨 보곤 한다.
그런데 2020 트렌드 내용을 보니 외식 관련된 키워드가 없다. 물론 책의 내용에는 일부 들어가 있지만 해마다 키워드에 꼭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보이는 외식 관련 핵심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 주요 현상에 외식 트렌드가 없다는 것은 외식산업이 그만큼 침체되어 있어서 별다른 변화가 없이 내년에도 비슷할 것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회사도 20여 년간 외식공간을 설계하고 공사해 오고 있는데, 올해처럼 연말에 신규 오픈이 뜸한 적이 없었다. 12월에 오픈을 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곤 했는데, 연말 특수라는 말도 옛말인 것 같다.
우리와 거래하는 일부 대기업의 외식부문 사업들도 확장보다는 축소 혹은 유지 쪽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토록 어려운 때에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안 하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역량을 모아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요즘 트렌드인 초 고객 만족의 시대에 맞는 브랜드로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예전에는 타깃을 정할 때 폭을 30대 전문직 직장인 정도로, 적당히 많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층으로 했었다. 이렇게 하면 많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수익폭도 함께 커지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좋은 것보다는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애매한 고객 만족이 아니라 정확히 분석한 초 고객 만족의 시대인 것이다.
책에서 예로 든 운동복의 샤넬이라 불리는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의 사례를 보면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 33세나 31세는 안됨”
창업자 데니스 칩 윌슨이 말하는 타깃 고객의 프로필이라고 한다.
이 문장은 룰루레몬의 세밀한 타기팅 철학을 보여 주는데, 다른 나이의 ‘슈퍼걸’이 고객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집중해야 할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네덜란드의 마크트 슈퍼마켓은 그 초고객의 니즈에 맞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마크트(Marqt)는 지역의 생산자들이 생산한 유기농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소비자의 건강, 환경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 슈퍼마켓이다. 마크트 슈퍼체인은 공급 업체와 소매점 간의 동등한 협력에 대한 믿음을 고객들에게 설명하면서 공정 가격 시스템을 소비자에게 요구한다.
그래서 마크트의 제품은 저렴하지 않다.
공정한 가격을 고객에게 요구하는 마크트 슈퍼 마켓은 과연 어떤 특화 전략도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게 설득할 수 있었을까?
강력하게 결속된 하나의 콘셉트로 초고객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전략이다.
판매하는 제품은 유기농과 지역의 생산자들에게 사들인 물품들이고 건강에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육류 해산물 농산물 및 기타 분야에서 파트너와 구축한 신뢰할 수 있고 오랜 관계를 강조한다.
마크트 슈퍼 체인은 공급업체에게 투자를 하여 더욱 지속 가능한 품목을 함께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매장의 분위기는 장식을 위한 인테리어는 걷어내고 빈 공간에서 꼭 필요한 터치만을 해서 가볍게 했다.
이런 시도는 인테리어를 하면서 생기는 쓰레기와 불필요한 과정들을 없앰으로써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노력을 같이 했다는 생각을 심어 줄 수 있다. 유기농 제품을 이용하는 특정 고객의 니즈를 공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도 보여 주는 것이다.
매장을 들어서면 분위기는 시장 같은 느낌을 주는데, 내부의 재료를 인위적이거나 플라스틱 같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는 재질은 최소화 한 점이 돋보인다. 바닥 벽 천장의 재료가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거친 부분만 다듬은 정도의 마감을 했다. 바닥은 에폭시 코팅 정도 천정은 슬라브를 그대로 노출했다.
벽체도 마찬가지로 시멘트 벽면 그대로이고 인위적인 장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벽에는 제품을 진열하기 위해서 선반을 만들었는데 가구의 재질도 재생 합판을 이용했다.
벽에 한 마감은 기껏해야 생선을 다루는 섹션에서 기능에 맞게 하부를 타일로 붙인 것이 전부이다. 생선을 다룰 때 아무래도 거친 벽은 오염이 되기 쉬우니까. 이렇듯 최대한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만 최소화했다.
판매하는 제품에는 생산자들의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다.
맛있게 먹는 법 생선을 먹을 때 준비해야 할 재료들 이런 식의 조언들이 있어서 신뢰를 준다. 게다가 그 내용이 쓰여 있는 패널 조차 재생이 가능한 종이 이거나 칠판이다.
벽면의 한쪽에는 재생 플라스틱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자전거에 달수 있는 상자였다.
타이포그래피가 세련되고 컬러도 좋아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이런 굿즈는 브랜드의 충성 고객에게 환경을 지키고 착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매장 안에서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국내의 외식 업체들도 포커스 된 고객의 니즈에 맞게 변신을 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CJ에서는 기존 매장들을 사이트의 주변 고객 타깃에 맞는 성격의 매장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명동의 빕스 매장은 주요 타깃이 20대에서 30대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비어 바이트라는 타이틀로 수제 맥주를 특화 한 매장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팔찌 형태의 밴드를 차고 탭에 팔찌를 대면 원하는 대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하고, 수제 맥주 탭을 벽에 크게 설치해서 장식적인 효과도 있고 고객들이 쉽게 인지 할 수 있게 했다.
누구나 이 점포가 맥주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디자인은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명확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화매장에서 중요한 시각적 요소가 된다.
이렇게 매장을 변경하고 나서 매출이 6배 정도 급상승했다고 하니 불특정 다수의 불확실성보다는 확실한 고객의 니즈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기준의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의 규격화된 식당들을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몇 년 전부터 매출로 증명되고 있다. 좀 더 좁혀지고 단순화된 날 선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