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꽤 오래 사용한다. 그래서 물건을 구입할 때 기왕이면 마음에 쏙 드는 것, 잘 만들어진 것을 구입한다. 좋아하는 것을 구입하니 쉽게 버리지 않고, 잘 만들어진 것을 구입하니 쉽게 부서지거나 고장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기간 자주 사용하거나, 오래 쓰다 보면 고장이 나기도 하니 물건을 구입했던 곳에 A/S를 요청하기도 한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구멍 난 양말을 늘 바느질로 꿰매 줬다. 엄마의 반짇고리에는 갖가지 실패와 가위, 필라멘트가 나간 전구가 들어있었다. 엄마의 수선하는 삶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나 역시 찢어지거나 해어진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고쳐서 사용한다.
고양이 스크래쳐가 집 안 곳곳에 있지만 우리 집 반려묘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크래쳐는 연두색 패브릭 소파다. 소파를 구입할 때부터 예상했지만 역시나 고양이들이란……. 수시로 들려오는 "벅벅벅벅" 소리에 내 마음도 스크래치가 났다. "안돼!"라고 몇 번을 소리쳐봤자 고양이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벅벅벅벅" 소파를 긁어 됐다. 마음에 드는 컬러의 소파 커버가 찢겨나가는 것도 속상하고, 소파 커버를 교체하려니 비용도 부담이고, 버리는 것도 일이라 작정하고 소파 팔걸이 커버를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벅벅벅벅". 뜯긴 소파 팔걸이를 보호하려 커버를 만들었더니 이제는 팔걸이 커버를 몇 번이고 수선하는 지경. 다행히 수선을 거듭하니 2016년에 구입한 소파 커버는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되돌아보니 고양이 덕분에 다채로운 수선을 했다. 고양이 발톱에 여기저기 찢긴 린넨 이불 커버를 고쳐 쓰려고 프랑스 자수라는 것을 처음 했다. 이불 커버를 구입했던 업체에 '고양이가 이불 커버를…….' 사정을 이야기하고 원단을 조금 얻어 수선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이불 업체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리고 여기저기 터진 고양이 장난감도 꿰맸다. 고양이가 잘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 괜히 버리가 싫었다. 우리 엄마 마음이 나 같았을까.
아까워서 쉽게 버리지 못할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물건이라면 더 공을 들려 수명을 연장시키기도 한다.
가장 최근 수선한 것은 매장에서 사용하는 앞치마다. 감쪽같이 고쳤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앞치마 주인은 마지못해 고마워했다. 앞치마가 낡아 찢어지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에 앞치마를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나. 나는 눈치없이 신나게 수선을 했다.
엄마의 습관과 좋아하는 것을 오래 사용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합쳐져 이제는 수선하는 삶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수선하는 삶을 살다 보니 아주 조금은 덜 버리고, 덜 소비하기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