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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Mar 04. 2024

발랄하고 경쾌한 도시, 타이베이  

캐리어에 담아오고 싶은 3가지 모습

첫 번째. 귀엽고 실용적인 횡단보도 신호등


타이베이의 모든 횡단보도 신호등 속에서는 초록색 사람(이하 스머프)이 보행자와 함께 걷는다. 마치 스머프같이 생겨서는 흐느적흐느적 터벅터벅 걷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 점점 빨라져서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빠르게 깜빡깜빡 거리며 재빠르게 걷는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귀여워서 자꾸자꾸 보게 된다! 별다른 생각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스머프가 빨리 걷기 시작하면 나도 빨리 걷게 된다. 또, 대부분의 횡단보도에서 시간이 초단위로 숫자로 표시되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고, 우리나라의 횡단보도보다 시간이 상당히 길게 표시된다. 우리나라는 한참 초록불이다가 언젠가부터 초단위로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 대만 신호등은 처음부터 건너는 시간을 초단위로 제시한다. 더불어 차량도로의 정지신호 빨간색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숫자로 알려주어 기다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때 준비해 출발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굉장히 환영받을 일이다.


귀엽다! 가독성이 훌륭하다! 취향저격이다!



두 번째. 아름답고 질서 정연한 지하철

    대만에서 지하철을 탈 때, 줄이 굉장히 질서 정연하고 분위기가 부드럽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주로 타는 지하철과는 달리 대만은 한쪽으로 내리고 반대쪽으로 타는 줄을 ‘ㄴ’ 자로 꺾어 두 줄로 줄을 서도록 바닥에 흰색 줄을 그려놓았다. 모두들 그 선을 잘 지켜서 출퇴근시간에도 내리는 사람,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 혼선 없이 질서 정연하게 다녀 기분이 좋아졌다. 더불어 띠리리리링!!! 크게 울려 퍼지는 도착음이 아니라 쇼팽의 녹턴 등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와 지하철을 타는 것일 뿐인데 기분이 산뜻했다. 뭔가 한국은 “삐리리릿~~ 지하철 온닷!!! 얼른 타랏!! 둥다라당당!” 이라면 대만은 “지이이하철~온답니당~~ 줄을 잘서서어어~ 타세용^^*” 이런 분위기랄까.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면 대만의 지하철 음악이 더 좋지 않을까 사사로이 생각해 본다.



세 번째. 발코니와 초록초록한 식물

    대만에서 발견한 특이점은 바로 대부분의 건물에 식물이 있는 발코니가 있으며 그도 없다면 적어도 거치대에 화분이라도 걸려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타일벽으로 되어있으며, 아마도 비가 많이 와 페인트 칠을 못하니 타일로 마감한 것으로 추측한다. 건물의 외벽보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졌는데, 예외는 바로 조경이다. 습한 기후라 그런지 나무가 울창하며 꽃들이 많이 피어있고 대부분의 건물에 나름의 식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다못해 아무리 낡은 건물이어도 산세베리아 화분을 무리 지어 놓기라도 한다. 그냥 둬도 잘 자라서 그런가 하는 부러운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에 나무들 옷 입히느라 바쁘고, 울창한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많지만 대만은 덥고 습한 나라라서 버드나무류와 반얀트리 등 깊이 크고 넓은 울창한 나무들이 가로수로 쓰여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바깥과 차단되어 있어 다른 집의 식물들을 볼 일이 없는데 대만은 아파트 보단 우리나라의 ‘맨션’에 가까운 낮은 다세대 주택이 많아 각자의 집을 꾸미는 나무와 덩굴, 꽃들을 구경할 수 있어 거리를 걸을 때 상당히 재미가 있다. 각종 나무와 덩굴, 꽃과 풀들로 가득한 대만은 칙칙한 건물을 생기 있게 만드는 그들만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만, 재미있는 나라다. 또 가고 싶다. 물론 겨울에!




번외로. 만약 대만에 다시 간다면 첫번째로 먹고싶은 음식은 바로 ‘또우화’ !!

부드러운 순두부에 쫀득한 타피오카펄, 달달한 흑설탕 시럽, 사탕수수 국물, 고소한 땅콩 가루까지! 달달하고 시원하고 고소한 또우화! 최고의 디저트였다.


만약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또우화집을 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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