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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Apr 01. 2024

봄이 흐르는 강가에서

그리운 그곳, 강원도 춘천

    춘천 하면 서울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통기타를 매고 떠났던 엠티를 떠올릴 것이다. 춘천에 살 때, 주말이면 서울에서 itx를 타고 몰려온 대학생과 관광객들이 남춘천역에 북적였던 기억이 있다. 춘천은 참 살기 좋은 도시이다. 온화하며 안정되고 무엇보다 서울과 가깝지만 수도권과는 거리가 있어 한적하다. 춘천에서 떠나올 때 잠시 향수병에 젖어있었던 적이 있다. 밤에 자다 깨서 창밖을 보고는 내가 익숙해있던 춘천 집 창가의 풍경이 아니어서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다양한 지역에 살아보았지만 춘천은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고장이다. 




    춘천은 분지 지형이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대프리카의 가벼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여서 심할 땐 겨울에 -24도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나는 추위가 더위보다 더 버틸만해서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 힘든 기억이 지워지고 좋은 기억만 남은 것인지 겨울엔 하얀 눈이 내려 마냥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 꽝꽝 언 강물에 눈이 소복이 내려 하얀 강 위를 지나간 트럭의 바퀴자국, 살짝 녹아내린 호수에 동동 떠다니다가 고개를 푹 넣어 사냥을 하는 청둥오리들. 청소년 시절 가족들과 빙어낚시를 하러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 구멍을 뚫고 낚시 시늉만 하고는 얼음을 녹여 라면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춘천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십여 년이 지난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이렇게 살기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다가도 결국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도시이다. 




    지금쯤 춘천은 샛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벚꽃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다. 석사동 입구에 노란 개나리가 무리 지어 피고, 북한강가의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려 느긋한 여유를 뿜어대는 이 도시는 봄과 참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름도 춘천. 우리 말로는 '봄내'다. 도시 이름에 '봄 춘(春)'자가 들어간 것은 고려 태조(940년) 때부터라고 하니 예부터 춘천은 봄 풍경이 좋았나 보다. 소양강을 건너는 다리에 부는 선선한 봄바람. 늦은 봄 강원 도립 화목원의 왕벚꽃을 보고 황홀했던 기분을 떠올린다. 




    내가 춘천에 살 당시에 외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전망 좋은 곳이 있었다. 관광지와 떨어진 서면이라는 동네에 있는 애니메이션 박물관 맞은편 강원창작개발센터의 옥상이다. 땅에서부터 옥상까지 길게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면 강을 따라 이어진 춘천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속이 뻥 뚫리는 전망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막이를 입고 가족과 함께 많이 갔었다. 

 

춘천에 가족과 다시 방문한다면 이곳을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아 춘천에 가고 싶다. 그립다. 


강원창작개발센터 옥상에 올라서면 날이 좋은 날에는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춘천의 하늘은 맑은 날이면 유난히 새파랗고 높다. 너무 오래되어 내가 찍었던 사진이 모두 지워져 아쉽다.


언제 가족과 함께 춘천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음속에만 담아두게 될 것 같지만 가끔 부모님과 춘천 이야기를 하면 그리움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춘천은 지나간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도시인 듯하다. 


춘천을 생각하다 이 노래가 떠올랐다. 편안한 선율이 마음을 조용히 울린다. 

내 영혼 바람되어-송기창 노래(음악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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