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공부] 01 곡의 구조 파악하기
일반적으로 작사는 "데모곡"을 듣고 곡의 구조와 음절에 어울리게 가사를 만드는 작업이다. 데모곡은 스케치곡에 가이드보컬을 얹은 노래를 일컫는다. 데모곡을 받으면 가장 먼저 곡의 구조를 분석한다.
노래는 크게 절(verse), 후렴(Chorus), 그리고 절과 후렴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절과 후렴은 2절 혹은 3절까지 있고, 후렴은 두세 번 반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1. 절(Verse)은 문학의 전개와 유사하다. 노래의 분위기나 상황을 소개하고, 아직까지는 감정이 담담한 상태다. 뒷부분이 감정 위주로 극적인 선율이라면 앞부분은 조금 차분하고 편안한 멜로디가 나와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2. 브릿지. 이 부분은 브릿지(Bridge)라는 용어가 정확하지 싶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로 '다리'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한 감이 있다. 브릿지의 역할은 차분했던 절 부분의 감정을 후렴의 극적인 감정으로 끌어올리는 다리 역할이다. 절과 후렴은 사용되는 음의 높이도 꽤 차이가 나고 리듬, 반주의 밀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단순한 노래는 브릿지가 없어도 별 무리가 없지만 서사가 길고 절과 후렴의 차이가 매우 많이 나는 곡에서는 (다비치의 '8282'처럼 급작스런 변화를 일부러 의도하지 않는다면) 브릿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3. 후렴(Chorus)은 싸비 혹은 훅이라고도 한다. "훅"이라는 명칭이 와닿는데, 후크선장의 의수 갈고리를 떠올리면 좋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에 쏙쏙 박히는 구절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후렴에는 노래의 주제, 가장 중요한 선율이 들어간다.
4. D-bridge. 마지막 후렴 앞에서 노래를 고조시키는 섹션이라고 하는데, 반전을 주는 가사가 나오기도 한다. 사랑을 노래하다가 갑자기 사실은 가끔 미울 때도 있어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5년 전 청소년 시절, 한참 빠졌던 상콤 하면서도 한편 아리송한 느낌을 주는 노래 <레몬 트리'>의 한국어 버전을 분석해 본다.
--전주--
verse1
또 아침이 오는 그 소리에
난 놀란 듯이 바빠져야 하겠죠
또 무언갈 위해서 걸어가고
답답한 버스 창에 기대 있죠
더 새로울 게 없는 하루겠죠
verse2
난 쉬고 싶고 자고 싶고
참 오래된 친구도 보고 싶죠
그 흔해 빠지던 남자도
나 오늘따라 안 보이는 거죠
막 울고 싶어 지면 밤이 오죠
chorus
더 새롭게 더 예쁘게
나의 맘을 상큼하게 할 거야
내 꿈에 숨겨온 노란 빛깔 Lemon Tree
나 약속할게 언제나
기분 좋은 상쾌함에 웃을래
환하게 반기는 노란 빛깔 Lemon Tree
--간주--
verse3
또 아침이 오면 노래를 해
똑같은 거릴 걸어가도
난 즐거움에 빠져 버리는
그 신비함에 놀라 웃었죠
내 웃음소리 마저 향기롭죠
D-bridge
웃어봐요 모두 즐겁게
노래해요 싱그러운 나만의 Lemon Tree
verse4
사랑이 많아서 힘든가요
웃고 있는 얼굴이 아픈가요
오 환한 미소 내가 줄게요
chorus
더 새롭게 더 예쁘게
나의 맘을 상큼하게 할 거야
내 꿈에 숨겨온 노란 빛깔 Lemon Tree
나 약속할게 언제나
기분 좋은 상쾌함에 웃을래
환하게 반기는 노란 빛깔 Lemon Tree
(오 조금만 더욱더)
새롭게 더 예쁘게
온 세상을 상큼하게 할 거야
가슴에 가득히 내 꿈에 숨겨온
널 위해 가꿔온 노란 빛깔 Lemon Tree
<레몬 트리> 형식: 전주-V1-V2-Chorus-간주-V3-(D bridge)-V4-Chorus
가사와는 달리 선율이 뭔가 꺼림칙한 이유를 잠시 생각해 봤다. 밝은 가사 내용과 달리 선율이 우울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 하고 찾아봤다. 반어법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일까. 그 이유는 원곡 가사에 있었다. 원곡에서는 우울하고 고독하며 무기력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통통 튀는 박혜경이 불러서 상큼하게 들리는 것이지 만약 이 노래를 이소라가 불렀다면 아무리 가사가 밝아도 이소라의 차분하고 느린 목소리와 우울한 음악 때문에 축 쳐져버릴지도 모른다.
+
음악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음악의 구조는 사람의 뼈와 같다. 뼈가 있어야 살과 근육이 붙는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구조가 튼튼해야 리듬, 선율, 화성이 붙고 거기에 가사가 붙어 숨을 쉰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음악 작업을 하든지, 구조를 세우거나 분석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고 필수인 작업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