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짝사랑 중입니다.

재즈가 좋은 첫 번째 이유.

by 인평동 도치

나는 5년째 짝사랑 중이다. 상대는 재즈. 클래식 음악과는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라면, 재즈는 아직 환상을 가지고 바라만 보는 사이다. 짝사랑의 시작은 21년 여름즈음이었다. 생전 처음 경험한 재즈는 다행히 아주 근사했다. 한 여름 밤의 레스토랑에서 재즈트리오와 여성 보컬로 수놓는 보사노바는 내 마음 속에 '재즈'라는 낭만을 새겨넣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즈 덕후 혹은 수집가 생활이 농익어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피커를 깨워 재즈음악을 튼다. 듣던 음악을 계속 차에서 듣다가 책상에 앉아 유튜브 재즈 채널을 틀고 일을 한다. 퇴근을 하면 다시 집 스피커로 재즈 음악을 듣는다. 재즈 인간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눈 뜬 시간=재즈 시간.

재즈가 왜 좋을까? 한적한 주말 아침에 굳이 질문을 해봤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싫어하려거든 알고 싫어해라." 반대로 해보면 좋아하려거든 알고 좋아하라는 말이 된다. 그것도 그렇지만, 좋아하면 더 알고싶어지는 법이기에 지난 5년간 재즈에 대해 공부를 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내용 말고 나 혼자만의 공부였다. 재즈가 좋은 이유에서 뻗어나온 호기심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재즈가 좋은 첫번째 이유. 성글고 포근한 음향

재즈에 사용되는 음향은 오리털 패딩, 니트, 솜이불처럼 겨울에 입고 덮을 거리와 같다. 겨울에 우리

가 보온을 위해 입고 덮는 것은 같은 무게라도 조직이 성글거나 군데군데 공간이 많아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음악적으로 설명하자면, '화음'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타나 피아노를 배우거나 노래 악보를 접해봤다면 '코드' 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C Major 코드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도-미-솔'을 함께 연주하라고 안내한다. C Major 코드는 C음, 즉 '도'라는 음을 뿌리로 한다.그리고 '도'로부터 3번째 위 음인 '미'와 5번째 위 음인 '솔'을 필수 요소로 갖춘다. 모든 코드는 이렇게 세 개의 음을 기본으로 한다. 이 세 개의 음 외에 7번째 위의 7음(시 혹은 시b), 나아가 9음, 11음, 13음 등의 확장판 음을 사용해 수많은 조합으로 코드를 만들어 사용한다. 확장된 음을 많이 쓰는 코드라고 해서 그 음들을 모두 다 사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뺄건 빼고 필요한 것만 뽑아 느낌대로 연주한다.

tempImageLCltEX.heic 기본으로 쓰이는 코드. 이 정도는 클래식 음악에서도 빈번히 쓰인다.


tempImagefp1flV.heic 재즈 음악에 많이 쓰이는 확장판 코드. 음악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재즈를 통해 느꼈다. 화음에서 구성음은 홀수 1-3-5-7-9-11-13 으로 쌓인다.


재즈 음악은 기본 코드보다는 확장된 코드 위주로 많이 사용하고, 클래식 음악은 비교적 기본 코드와 가까운 코드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클래식 음악도 코드가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기본 코드 위주였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하는 코드가 확장되어왔다. 어찌 보면 재즈는 새로운 장르라기보다 클래식 음악의 연장, 혹은 후예, 시대적 흐름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확장된 코드로 만들어진 재즈 음악은 악보로 보아도, 음향을 귀로 들어도 기본 코드보다 덜 밀집되고 성글게 들린다. 재즈 음악이 사람에게 여유를 선사할 수 있는 것은 마치 겨울 옷감처럼 음의 짜임이 성글어서 온기가 그 속에 보관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주말 아침과 어울리는 여유로운 재즈 한 곡을 글쓰면서 듣는다. 주말이여 영원하라!

I'll Let you Know(David Hazeltine) <-- 링크



다음은


둘째, 모든 악기가 평등하다.

셋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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