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같은 세상 어디 없나

퍼즐 1000-야첵 예르카(Jacek Yerk), <비블리오댐>.

by 인평동 도치

내 오래된 취미 중 하나는 퍼즐 맞추기다. 방학이나 긴 연휴에는 1000조각으로 된 퍼즐을 맞춘다. 퍼즐을 맞추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음악을 듣거나 시시콜콜한 드라마를 틀어놓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통화를 하며 대충대충 퍼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다 속도가 나면 퍼즐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퍼즐은 언젠가 완벽히 맞춰진다. 이렇게 퍼즐에 시간과 노력, 돈을 쓴다는 것은 내가 꽤나 퍼즐 맞추기를 즐긴다는 의미다. 나는 왜 퍼즐을 맞출까.


퍼즐. 퍼즐의 묘미는 '딱 들어맞는 것'에 있다. 퍼즐을 시작하면 맞추는 테두리부터 마지막 한 조각까지. 퍼즐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완성이 안된다. 비슷해 보이는 모양이라도 미세한 차이로 서로 맞는 조각이 있고 안 맞는 조각이 있다. 퍼즐 속에는 이미 짝이 정해져 있어서, 짝을 맞추다 보면 어떻게 해서든지 완성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다. 퍼즐을 하다 보면 사람 사이의 일들이 떠오른다. 사람 사이에도 짝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결혼할 사람은 어쨌든 누군가 잘 만나서 결혼하더라, 될 일은 언젠가는 되더라, 인생이 이렇게 잘 정해져 있으면 좋을까, 아니면 그다지 재미가 없을까... 별 잡생각을 다한다.


이번에 새로 들여온 퍼즐은 클리멘토리사의 1000조각 퍼즐이다. 내가 고른 그림은 야첵 예르카(Jacek Yerk), <비블리오댐>. 그림이 마음에 들어 샀다.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맛집 다음으로 서점을 검색해 볼 정도로 책(물건 자체)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초현실주의 그림이 퍽 마음에 들었다.


책이 담고 있는 방대한 내용과 그 범위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래, 나는 아래 초록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이 많은 책을 볼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퍼즐을 맞추며 여러 가지 생각을 설렁설렁한다. 오차 없이 딱 떨어지는 인생은 어떨까, 내 인생은 이 퍼즐처럼 언젠가 완성이라는 끝이 있을까, 아니면 인생의 완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등등. 그러면서 퍼즐을 완성해 나간다. 요즘 들어 생각을 이리저리 풀어놓고 지낸다. 마치 정리되지 않은 퍼즐 조각처럼 알 수 없는 형태로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당장 완벽히 맞추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퍼즐 속 세상처럼, 내 머릿 속도 그냥 그렇게 두기로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즈를 짝사랑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