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뒹글러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며 사는 인생
커버이미지출처. 짱구는 못말려 애니메이션
난 자신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일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며
딴짓을 하는데.
그리고 또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때야 그럼 그렇지 난 항상 이 모양이지 자책하고 후회하기,
그런 와중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갑자기 책상위를 정리하기,
물 한잔 먹으면서 하려다 선반에 흘린 김치국물에 꽂혀 냉장고 정리하기,
화장실 들어가서 욕실을 대청소하기,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어! 지체없이 해야돼 하고 마음먹고 책상에 앉지만
컴퓨터 책상 위의 코르크보드 위에 꽂힌 아이들의 가정통신문을 정리하기
등등에도 자신있다.
자신있다고 말한건
그렇게 너스레를 떨지 않고는
스스로 너무 한심할것 같아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회피를 위해 대신 한 일들 또한
과거의 내가 미래로 미룬 일들이고
그 일 또한 언젠가 해야할 일들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조금씩 뒤로 미루면서
어찌됐건 하기만 하면 되지 않은가
그런 방식의 삶도 있는 것 아니겠어
라는 뻔뻔한 결론에 도달한다.
전업놀러나 전업게을러나 전업뒹글러가 직업이면 좋겠다.
내가 거실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으로
배를 벅벅 긁으며 뽈뽈뽈 뒹글면서 굴러가는 모습을
누가 본다 해도
저는 전업뒹글러이기 때문에
지금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해줄 수 있다.
그럼 그 사람은
아 당신은 전업뒹글러시군요.
난 또 누구시라고
당신의 뒹글거리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역시 프로십니다.
한두해 굴러본 솜씨가 아닌데요~
라며 찬사를 해줄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도 이렇게 해야할 일을 미루기 위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뻘글을 쓰며
컴퓨터의 리소스를 축내고 있다.
자 이제 그만~
과거의 내가 오늘로 미룬 일을 하자.
그리고 당당하게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다.
라잇 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