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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 산에 뜬 달 Feb 22. 2024

우산 하나 아이 둘


비가 아직도 온다. 왠 겨울비가 여름 장마처럼 며칠을 추적추적 내리는지 원. 이 비가 지나고 나면 꽃샘이가 올라나 봄봄이가 올라나.


작은 아이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다. 우산이 없을텐데 이 녀석. 홈빡 비 맞은 생쥐꼴을 하고 돌아오겠지. 데리러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 복도밖으로 손을 뻗어 비를 가늠한다. 


내려다보니 작은 아이가 제 친구와 노란 우산을 옹종옹종 나눠쓰고 걸어오고 있다. 방과후 교실에서 빌린 모양이다. 헤어지는 갈림길에서 서로 우산을 가져가라고 실랑이를 한다. 네가 갖고 가 아니야 난 됐어 네가 가지고 가. 친구 녀석이 우산을 우리 아이한테 휙 안기더니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학원으로 달려간다.


집에 들어서 빗물을 툭툭 털어내는 아이에게 방금 본 것을 말한다. 엄마가 느희들 보기 좋았어. 의좋은 자매처럼 친구 비 맞을까 생각해주는 마음이 이쁘단 말이지. 


아이가 정색한다. 아닌데 엄마. 우산 들고 가기 귀찮아서 서로 미루다가 내가 진건대.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내 감동 물어내라 이녀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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