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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최 Jun 13. 2017

[냉증과 열증 사이_02]

뜨겁거나 혹은 차갑거나, 순환의 문제

   이번에는 열증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몸 어딘가가 뜨겁다, 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감기로 인한 이마의 미열, 갑자기 두려움에 맞닥뜨린 순간에 피부 전체로 바짝 퍼지는 열기, 발바닥이 이유 없이 화끈거려서 회사인데도 양말을 벗어던지고 싶었던 기억. 발열이라고 하면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염증반응과정에서 생긴 열감을 가장 쉽게 떠올리지만 열은 생각보다 다양한 경우에 우리를 찾아옵니다. 몸 전체에서 열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부체온은 떨어지고 있는데도 몸의 일부만 뜨끈뜨끈할 때도 있지요.


    한편 현실의 체온과 별개로 덥거나 추운 느낌이 있습니다. 매우 자각적인 이 느낌이 실제 체온과 조합되면 경우의 수는 더 다양해지죠. 


    1) 실제로도 열이 있고 나도 덥다

    2) 실제로 열이 있는데 춥게 느껴진다

    3) 실제로는 체온이 떨어지는데 열감이 느껴진다

    4) 실제로도 저체온이고 느껴지는 것도 춥다


    희한하게도 이 네 가지 경우가 모두 실화입니다. 더위는 식히고 추위는 데우면 되는데 매사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는 게 골치가 아픈 부분이죠. 


느끼는 더위와 실제 체온이 다른 경우입니다. 운동할 때와 감기걸렸을 때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죠.


    여기까지는 그냥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열증입니다. 그렇다면 여자가 일생을 통해 겪는 가장 뚜렷한 열증은 무엇일까요? 이르면 30대 후반부터 많게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느끼는 '상열감'입니다. 보통은 '안면홍조'를 동반하지요. 수족냉증이 여자가 겪는 냉증의 대표주자라면 열증의 대표주자는 갱년기에 나타나는 상열감이에요. 


갱년기는 물리적인 나이보다 개별 증상이 더 중요한 진단 포인트가 됩니다. 그 중에서도 상열감은 항상 증상 표의 맨 첫번째에 등장하죠. 



여자가 열 받을 때, 혈관 운동성의 문제


    아니, 근육도 아니고 혈관도 운동을 하나? 싶으시겠지만 혈관도 운동을 합니다. 살아있는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해요. 그래야 혈액이 필요한 곳에 더 혈액을 모아주고 필요 없는 곳은 일시적으로 혈액 공급을 줄여 효율적인 순환을 가능하게 하거든요. 피부가 붉어졌다 하얘졌다 하는 것은 혈관이 운동 중이라는 증거죠. 


    남자든 여자든 순환기계는 심장+혈관+혈액이 협동하는 체계지만 여자는 혈관의 운동성 부분에서 남자보다 취약합니다. 상열감이나 안면홍조는 폐경에 즈음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혈관운동성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고요. 여자의 손발이 남자보다 차가운 경우가 많은 이유도 혈관의 운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순환 기능이 떨어지는 여성들은 갱년기의 내분비 변화에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요. 미리 혈관의 운동성을 다잡아두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몸 구석구석 혈액을 보내고 싶을 때 보낼 수 있어야 20대의 수족냉증도, 50대의 안면 홍조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어요. 그나저나 근육 운동은 PT라도 받으면 된다지만 혈관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혈관을 트레이닝시키는 방법


    혈관을 운동시키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운동입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도움이 되는데요. '운동'이라고 단순하게 썼지만 메커니즘을 뜯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순환의 주체인 심장의 출력을 높이고 

    2) 근육의 산소 요구량을 높여서 혈액이 인체 말단까지 속속들이 공급되도록 만든다 


    근육은 중력에 대항해서 서있거나 앉아있는 것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자세 유지근 움직이거나 물건을 들었다 놓는 등 운동을 위한 운동근이 있는데요. 자세 유지근은 늘 일정한 양의 혈액을 사용하지만 운동근은 실제 운동할 때에만 혈액을 집중적으로 가져다 쓰거든요. 손발과 같은 인체 말단에는 운동근만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으면 혈관에 혈액이 충분히 채워질 일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몸 구석구석 근육의 혈관을 운동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평상시의 심장과 운동할 때의 심장. 너무 평화로운 나라는 위기에 취약하잖아요. 순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가운 부위를 인위적으로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온찜질이나 뜸, 족욕이나 반신욕, 파라핀 요법 등이 대표적인 온열요법이죠. 국소 부위에 열을 가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확장된 공간에 혈액이 몰려 따뜻해지는 원리입니다. 일정 시간 따뜻하게 해 준 후 원래 체온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주면 나중에는 온열요법을 하지 않아도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어렸을 때라면 엄마한테 혼났을 일이지만 냉탕과 온탕을 10~15분 간격으로 오가는 것도 좋습니다. 



냉증과 열증은 한 끗 차이


    우리 몸은 신비롭습니다. 증상은 똑같은데 사람마다 전혀 다른 병리 현상일 경우도 있고, 드러나는 증상은 정반대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원인일 경우도 많거든요. 냉증과 열증은 정반대 증상 같지만 혈관 운동성의 문제라는 점에서 같은 해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양방 생리에서 말하는 체온과 달리 한의학에는 '몸이 차다' 혹은 '뜨겁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고 적은 것과 신체의 국한된 일부만 차거나 뜨거운 것과는 구분해야 하는 얘기랍니다. 손발이 차도 심장에는 열이 몰려있어 불면증과 잦은 구내염이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얼굴로 열이 화끈거리며 올라오지만 발은 양말을 아무리 껴신어도 시린 사람이 있거든요.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 물의 기운은 올라가고 불의 기운은 내려간다는 뜻)'이라는 조금 생소한 한방 생리 개념을 적용해 깨어진 밸런스를 바로 잡는 치료를 한답니다. 호르몬에 지배당해 냉증과 열증 사이를 오가는 여자들에게, 스트레스로 머리에 열이 몰려 '열 받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치료죠. 

수승화강은 한의학적 인체생리의 핵심 개념이에요.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건강지침이 여기에서 왔답니다.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내버려 두면 순환은 점점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쓰지 않는 예산을 계속 편성해주는 정부는 없답니다. 운동이든 반신욕이든 매일 한 번은 체온이 올라가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혈관을 운동시킬 뿐 아니라 내 몸의 면역력도 키워줄 거예요. 




* 다음 이야기는 '요즘 시대의 난임: A to Z' 첫 번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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