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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최 May 07. 2017

[월경전 증후군_01]

배란과 생리 사이에 찾아오는 피로곰 백 마리


내 몸의 변화, 얼마나 느낄 수 있나요?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인데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한 공주 중의 공주를 아내로 맞고 싶었던 왕자가 자신을 공주라 주장하는 여인들을 모아 매트리스 열두 개, 오리털 이불 열두 개로 높이 쌓아 올린 침대 위에 재웁니다. 대신 높게 쌓인 침대 맨 아래에는 완두콩 한알을 놓아두죠. 다음 날 콩 때문에 불편해서 뒤척였다는 한 여인을 진정한 '공주 중의 공주'라 인정해 아내로 삼습니다. 나무 위키 참고

    어렸을 때 읽은 이 이야기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아, 과연 여자라면 이 정도로 예민해야 하는구나. 공주가 되고 싶은 소녀 감수성에 파고들어 '여성성이란 이런 건가 보다' 하는 젠더의 인식을 심어준 거죠. 동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로부터 오랫동안 '고귀한 여자야말로 내 몸과 주변 환경의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채는구나'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그것은 지금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여성상과는 다릅니다. 저부터가 그렇게 예민하거나 섬세한 여자도 아니고요.

그렇게 둘은 결혼하였고 그후로 오래오래 왕자는 분명 후회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몸의 변화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만성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환들은 꽤 심각하게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곤 하죠. 그래도 내 몸의 불리한 변화를 재빨리 뇌에 알려서 보호하거나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신호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통증'인데요. 어떤 중대한 변화는 초기에 통증과 같은 자각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가 하면 반대로 굳이 몰라도 내 몸에 크게 위험하지 않은 일인데 예민하게 반응을 일으켜 문제가 되는 질환도 있습니다.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그렇죠. 알레르기는 꽃가루나 차가운 공기, 고양이의 털처럼 사람에게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외부 인자에 과민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킨 결과입니다. 몸이 너무 둔해도, 너무 예민해도 문제인 거죠.


   지금부터 얘기할 '월경전 증후군'이라는 질환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동화에 빗대어 말하자면 '쓸데없이 예민한 공주'와도 같은 병이에요. 가임기 여성은 대략 한 달에 한번 배란이 되고 월경이 찾아오는데 많은 여성들이 출혈이 있기도 전에 몸의 변화를 알아챕니다.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월경 전 3일에서 11일 사이, 즉 배란 이후 월경 시작 이전에 일련의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단순히 찌뿌둥한 정도부터 삶의 질을 떨어뜨릴 만큼 심각한 수준까지 정도는 다 다릅니다. 무엇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일 때 증상의 중증도도 심해지는 것으로 관찰되고요. 스트레스와 어깨동무하고 살아가는 요즘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무시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다른 여성 질환에 비해 중요도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경전 증후군의 정의, 진단, 감별   


    국제 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ICD]-10)의 정의에 따르면 다음의 7가지 증상 중 한 가지 이상이 월경주기 중 황체기*에 국한하여 관찰될 때 진단할 수 있다고 해요. 


    1  경미한 정신적 장애  minor psychological discomfort

    2  더부룩함  bloating

    3  체중 증가  weight gain

    4  유방 압통  breast tenderness

    5  근육통  muscular tension or aches

    6  집중력 저하  poor concentration

    7  식욕 변화  change in appetite


*황체기: 배란 후에 남은 난포를 '황체'라고 하고 이 황체가 지속되는 기간을 황체기라고 합니다. 임신이 되지 않으면 황체는 퇴화되고, 황체가 분비하던 호르몬이 줄어 생리가 시작되지요. 

난소 주머니가 난소를 배출(배란)하고 나면 노란 지방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래서 '황체'예요. 생리학의 명명은 단순합니다



    월경통(생리통)과 월경전 증후군이 구분되는 포인트를 간단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잠깐 보충하자면, 월경전 증후군은 월경이 시작됨과 동시에 대부분 사라지지만 적어도 월경이 시작된 지 4일 이내에 사라지고 적어도 월경주기 13일째까지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경우 진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생리통에 비해 지속되는 기간도 길고 증상도 다양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병식이 없는 경우가 많지요. 게다가 월경전에는 월경전 증후군, 생리가 시작되고 나면 생리통에 연이어 시달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과거에 제가 그랬고요. 힘들었습니다.



생리 전, 여러분은 어떤 증상을 앓고 계신가요?


    월경전 증후군은 월경을 겪는 여자의 75%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구마다 20%라고 하기도 하고 90%까지 보기도 하고요. 증상의 자각에 의존하는 질환이다 보니 개인의 표현 차에 따라 수치가 달라집니다만 상당히 많은 수의 여자들이 이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있지 않지만  '증후군(症候群, 몇 가지 증후가 늘 함께 나타나지만 그 원인이 불명이거나, 또는 단일(單一)이 아닌 것에 대하여 병명(病名)에 준하여 붙이는 명칭_구글, 의학용어)'이라고 이름 붙인 만큼 진단에 중요한 것은 특징적인 증상이겠지요. 아래 그림을 볼까요.

월경전 증후군의 아주아주 흔한 증상들입니다. 위 증상 중 몇 가지나 겪고 계시는가요?


    증상은 위에 설명한 (시각, 청각을 포함한 감각의) 과민반응, 우울한 기분, 불안, 혼돈, 유방통, 복부팽만, 두통, 사지 부종 등의 흔한 증상부터 죄다 나열하기 힘든 다른 정신적, 신체적인 증상까지 다양하여 2백 개 이상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죠?


    연구결과에 따른 원인은 현재 '모른다'가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러고 끝내면 안 되니까, 후향적인 연구를 통해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으로 추측은 하고 있어요.


- 유전적인 성향

- 생활 습관: 배란, 생리주기, 약물 복용, 흡연, 음주와 카페인 섭취, 식사 패턴, 경구용 피임약 복용, 감정상태, 결혼 상태와 교육 등(규칙적 운동과의 관련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 생물학적 요인: 연령, 신장과 체중, 출산과 월경력 등

-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

-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을 줄 수 있는 생활사건


    그중에서도 최근 서양의학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요인은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 호르몬 요인: 여성 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이 각종 뇌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어 프로게스테론의 이상, 도파민의 감소로 인한 프로락틴의 증가, 엔도르핀의 문제, 세로토닌의 감소 등을 일으키는 것


    증상이 2백 가지가 넘는다는 것은 사람마다 증상은 다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인이 불분명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증상을 호전시켜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증상에 따른 맞춤치료가 우선이에요. 음식과 생활습관 관리가 먼저고, 관리로 쉽지 않을 때 전문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순서입니다(어느 질환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원인도 모르고 증상도 너무 많지만 포기하지 말고 치료해봐요 우리


    의사들 얘기 중에 '술 끊고 담배 끊고 잘 먹고 푹 쉬세요'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이라고 하던데요. 뻔한 소리 한다 욕먹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면서 생활관리와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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