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자'의 몸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
달은 차고 기울며 다가왔다 멀어집니다
늘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는 해와는 달리 달은 어느 날은 떴다가도 어느 날은 문득 뜨지 않고, 온전히 둥근 모양이었다가 가녀린 반쪽이었다가 합니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조수간만의 차를 만들기도 하지요. 달라지는 모양으로 '영원하지 않음'의 상징처럼 그려지는 탓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달에게 건 사랑의 맹세를 두려워했습니다. 보름달이 뜬 밤에 늑대인간이 깨어난다거나, 달이 가까워오면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고 해서 달(luna)에 어원을 둔 '루나틱(lunatic, 미치광이)'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지요. 태양이 영원함을 상징하는 동안 달은 달라짐으로써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태양이 1백억 년의 수명을 다해 암흑 속에 스러져가도 달은 생명이 사라진 태양계의 어둠 저편에서 여전히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을 겁니다.
여자의 몸은 '한 달'을 주기로 바뀌지요
달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실제의 모양과는 달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의 생체리듬도 대략 한 달의 주기를 따라 흘러갑니다. 늘 같은 몸인데도 어느 날에는 붓고 어느 날에는 식욕이 돌며 또 어느 날에는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옵니다. 어느 날에는 살이 찌고 어느 날에는 체중이 줄어듭니다. 어느 날에는 기분이 몹시 우울하고 어느 날에는 이유 없이 찌뿌둥하며 어느 날에는 몸이 가볍고 기분도 상쾌합니다. 몸속에서는 자궁의 내막이 부풀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 (임신이 되지 않으면) 허물어져 배출되는 변화를 겪게 되지요(임신이 되면 그보다 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이는 모두 신체를 조절하는 여성호르몬이 뇌와 여러 기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정한 주기에 따라 분비되면서 여자의 몸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곳은 자궁입니다
자궁은 여자에게만 있습니다. 남녀의 생식기관이 형태는 다르되 기능상으로 대부분 상동 관계를 이루는 것과는 달리 자궁은 질과 함께 여자에게만 발달된 기관입니다. 발생과정에서 남자에게는 거의 흔적으로 남을 만큼 퇴화되어 버리지요. 당연한 말 같지만, 여자가 임신이 가능한 것은 자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곳이나 그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조절하는 곳은 뇌하수체나 난소지만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여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는 곳도, 그로 인해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곳도,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곳도 자궁입니다. 과거 호르몬이나 체액의 역할을 알기 전에는 자궁이 이 모든 변화를 주도한다고 오해받기도 했었지요.
임신과 출산,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여자의 초경과 폐경 사이, 40여 년의 시간 동안 임신이라는 이벤트는 단 몇 번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그저 다달이 호르몬이 밀려왔다 사라질 뿐이고 임신을 하든 하지 않든 모두가 그 일을 겪어냅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폐경 이후에도 여자는 여전히 여자입니다. 여성의 건강을 두고 '임신'과 '출산'말고도 해야 할 얘기는 많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의 어떤 이들은 가임기 여자를 '임신이 가능한 자궁'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임신을 위해 다른 역량을 깎아내려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부모님 세대의 아버지가 폐경을 맞은 어머니를 두고 자식에게 '이제 너희 엄마는 여자가 아니다'는 말을 했다는 충격적인 얘기가 단지 옛날 얘기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임신하지 않는 여자와 출산하지 않는 자궁
결혼은 줄고 출산은 더욱더 줄어든 시대. 수동적 미혼이 아니라 자발적 비혼이 늘어나는 시대. 결혼을 했더라도 여러 이유로 조금씩 미뤄진 끝에 가임기의 절반 이상을 임신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로 보내는 이들이 태반인 시대. '가임기', '출산력', '난임' 혹은 '노산'과 같은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슈만으로는 요즘 여자의 건강을 재단하기 어렵습니다. 출산율을 올리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평생을 임신하지 않기로 한 여성의 건강은 어떤 키워드로 접근해야 할까요? 임신과 출산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생긴 피로가 여성의 호르몬 변화와 맞물렸을 때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을까요? 임신으로 인한 생리의 중단, 모유수유로 인한 유방의 변화를 겪지 않은 채 호르몬의 지속적인 자극에 노출된 여성의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임신과 출산의 경험 없이 폐경을 맞이할 자궁의 건강을 위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엄마가 될 몸'이라는 말
여자가 몸을 아껴야 되는 이유는 '엄마가 될 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 몸이 갖고 있는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임신과 출산일 뿐이에요.
엄마로서, 임신이 가능한 자궁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다달이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몸이라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을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를 낳아도, 낳지 않아도, 혹은 더 이상 낳지 않을 계획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여자의 건강을 살피는 일은 그저 달의 흐름을 따라서 변하는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지요.
그럼으로써 몸과 마음의 불편을 덜고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을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으면 됩니다.
이제부터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