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을 방문했을 때 직은 사진이다. 왼쪽이 나고 오른쪽이 당시 우리 회사의 운전기사였던 니또다. 뜨거운 화산 열기를 카메라로 담아보려고, 물을 붓고 있는 모습니다. 아낙 크라카타우는 자카르타에서 차로 세 시간 이동하고 거기서 다시 배를 빌려 타고 몇 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무인도다. 그래서 회사 기사와 함께 갔고 기왕 간 김에 촬영 보조 역할도 해주었다.
니또는 나보다 나이가 대략 10살 정도 많았고 내 출퇴근, 외부 취재 등을 함께 했던 기사였다. 복잡한 자카르타의 샛길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았다. 가끔 일이 많아 피곤할 때도 싫은 내색도 잘하지 않고 멋쩍게 웃어넘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함께 이동할 때면, 이곳은 위험한 곳이니 밤에는 조심해야 한다. 혼자 오면 안 된다 등등을 일러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믿음직한 인도네시아 형이었다.
이런 니또가 지난 4월 코로나로 죽었다. 이제 겨우 50대 초반인데, 두 명의 자녀와 아내를 남겨두고서. 다른 예전 직원을 통해서 우연히 이 소식을 들었다. 사진 한 장을 같이 보여줬는데, 호흡기를 쓰고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니또와 그것을 보고 오열하는 아내가 화상 통화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니또 아내의 슬픈 표정이 너무나 안타까운 그런 사진이었다.
바로 지난주 일요일, 직원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목요일, 재택근무하던 우리 직원이 부모님과 언니가 확진됐다고 알려줬다. 금요일 밤, 상태가 심각해진 어머니를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다. 토요일 아침,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날 바로 시신을 땅에 묻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나조차도 현실감이 없는데,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작년 3월 인도네시아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나는 계속 인도네시아에 있다. 2020년 4월 대규모 사회적 제약(PSBB) 조치가 시행되었고, 몇 달 뒤 상황에 따라 완화 조치가 있었다. 그리고 2021년 7월 3일부터 29일 오늘까지 사회활동제한실행 4단계(PPKM Level 4)가 시행되고 있다. 명칭은 긴데 그냥 락다운이다. 쇼핑몰은 모두 문 닫고,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100% 재택근무 시행, 식당은 배달만 허용된다. 자카르타 주변 위성도시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는 차단됐다. 필수 업종 종사자라는 확인증이 있는 사람만 통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 달이 넘게 이런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 나 같은 경우는 6월 21일 직원이 확진되어서 사무실을 닫고 한 달이 넘게 집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장 보러 가거나, 사무실 상황을 보러 잠깐 다녀오는 것 외에 다른 외출은 하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지내다 보니 자꾸 현실감이 없어진다.
음식은 주로 배달을 시켜먹는데, 종일 집에 있다가 음식을 받으러 잠깐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받으면 머리가 띵하다. 그리고 바깥공기를 마신다는 것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차량 이동이 줄어서 인지 전보다는 시내 공기가 맑아졌다. 사업도 제대로 안되고, 재택근무로 업무를 하는 것도 한계에 다 달아서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나 이리저리 고민을 해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고 다시 답답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PPKM Level 4는 두 번 연장되어서 8월 2일에 종료된다. 아마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판데믹은 정말 끝이 없는 긴 터널을 걸어가는 것 같다. 다만 바라기는 누가 죽었다는 소식만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