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인간은 무엇이 되려는가
'인공지능'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부 이후 이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적으나, 이것이 진짜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져오고,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참 난해하다. 그래서 다양한 기사를 통해 최대한 쉽게, 다양한 각도로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인문학,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사들은 주로 독일 웹사이트에서 발췌하여 직접 번역하였다.
원문출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
글쓴이: 알렉산더 암브루스터, 롤란트 린드너
번역 및 편집: Claire PEK
발행일: 2017년 1월 8일
컴퓨터의 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날이 갈수록 중요하고 급박해지는 시대에, 말 그대로 인간과 기술의 공생관계를 몸소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스티븐 호킹이다.
사실 호킹의 담당의들 중 누구도 오늘날의 호킹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은 그가 가진 심각한 신경질환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 가며 올해 75세 생일을 맞았다.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던 1960년대부터 걷지 못했고, 또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부터는 스스로의 힘으로 말을 할 수도 없었던 호킹은 그때부터 휠체어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뺨의 근육과 눈을 통해 외부와 소통해 왔다. 그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물리학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현대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영국 태생의 이 물리학자가 어느 정도로 사이보그, 즉 인간과 기술이 엄청나게 밀접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답하는 것은 굉장히 철학적인 문제이다.
이보다는 덜 극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수십억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공생관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계가 몸과 밀착된 채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마치 하나의 장기처럼 기능하는 것의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뇌를 확장시킨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며, 어쩌면 우리 자신의 기억보다도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손자 세대는 인간의 신체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신체의 기능이 확장되는 것 사이를 우리만큼 분명하게 구분 짓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크게 향상된 컴퓨터의 정보처리능력과 저장능력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발전이 어디까지 전개되고, 어떻게 끝을 맺을 것인가는 예측할 수 없다. 스티븐 호킹은 “100년이 되지 않아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라는 질문은 날이 갈수록 중요하고 급박한 문제가 돼가고 있다. 지난해 말, 백악관의 전문가들은 논문을 통해 인공지능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게 될 미래 사회에 발맞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또 IMF의 연구원들은 기계가 날이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대신하게 될 경우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를 분석하였다. 그들의 결론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분배의 갈등이 심화되는 실질적인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모두가 항상 같은 것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1950년대에 존 매카시(John McCarthy. 인공지능을 연구했던 미국의 전산학자이자 인지과학자)는 ‘만약 인간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지식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기계를 발명하는 것‘을 이 분야의 과제로 삼았었다. 그가 미국 뉴햄프셔 주의 해노버에 위치한 다트머스 컬리지에서 수학을 가르칠 때였다. 그리고 미국의 과학자이자 기술분야의 사업가인 제리 캐플란(Jerry Kapla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질적으로 ‘지능‘의 에센스라고도 볼 수 있는 ‘인공지능‘의 에센스는, 유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정확한 일반화를 가능하도록 하는 능력이다.“
좀 더 최근의 이야기를 하자면, 몇 해 전 스탠퍼드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앤드류 응(Andrew Ng)과 구글의 일원인 제프 딘(Jeff Dean)이 이 부문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가 있다. 그들은 1만 6천 대의 프로세서를 서로 연결시킨 뒤 이 프로그램이 천만 개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유튜브 비디오를 보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는 스스로 사물 간의 차이를 배웠다. 딘은 “트레이닝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이게 고양이야‘, 라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고양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거죠.“ 이것이 바로 새로운 연구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희망적인 것은,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닮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함으로써 자립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는 인공지능이 많은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자동차 대기업, 젊은 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 연구에 몰두한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암환자를 진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실험에서는 어떤 면에서 전공의보다 더 나은 치료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구글은 인공지능을 통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다. 컴퓨터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해질수록, 우리의 일상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커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분석기관 IDC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분야가 향후 몇 년간 수천억 달러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IDC의 연구원 프랭크 겐스는 오늘날의 인공지능을 90년대 중반의 인터넷에 비유하며,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도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통합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우린 지금 곳곳에 인공지능이 숨어 있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경향은 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기술의 이면도 함께 부각되었다. 인공지능에 특화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비비엔 밍 대표도 “우리는 사람들이 이러한 추세에 발맞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어떤 직무나 직급도 인공지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어느 날 반인 간 적인 성향을 지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독일 보쉬(Bosch)의 계열사이기도 한 메이필드 로보틱스(Mayfield Robotics)가 가벼운 분위기에서 이러한 질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메이필드 로보틱스 측은 CES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쿠리(Kuri)‘라는 이름의 가정용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의 소개 영상에서는 쿠리가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 ‘쿠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문명을 파괴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광선으로 인간을 죽임으로써 도시 하나 전체를 마비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인류를 로봇들의 법규 아래 두어 노예로 함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도 있었다. 이 문구가 언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사악한 로봇이 이 모든 것들을 행하는 영화가 재생되고 있었다. 쿠리의 소개를 맡은 직원은 힘주어 “쿠리는 다른 로봇들과 다르다. 이 점은 아주 아주 좋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이필드는 올 해에 700달러의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될 쿠리가 친절한 창조물로 제작되는 것에 큰 가치를 두었다. 쿠리의 디자이너 중 다수가 픽사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던 애니메이터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쿠리는 픽사의 ‘Wall-E‘에 등장하는 이브를 연상시킨다.
쿠리는 가정에서 도우미이자 동반자로, 일종의 유용한 가족일원으로 기능하도록 기획된 로봇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거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해 줄 수도 있다. 집주인이 부재중일 때, 쿠리는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감시를 하거나 의심이 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고를 할 수도 있다. 바퀴를 이용해 이동하며, 집주인이 가사일을 하는 모습을 통해 가령 어떤 방이 누구의 방인지를 배우고, 목소리를 통한 명령을 이해하지만 스스로는 작은 기계음을 내는 정도에 그친다. 메이필드의 CEO 마이클 비브(MichaelBeebe)는 쿠리가 사랑스러운 성격을 갖는 것, 예를 들자면 쿠리를 보고 미소 지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이는 것과 같은 것들이 그에게 중요했다고 이야기한다. 비브는 쿠리가 스스로 어두운 면을 발전시킬 일은 절대 없다고 확신하며, “쿠리는 친밀한 성향을 지니고, 냉소적일 줄도 모르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로봇들도,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쿠리만큼이나 위험하지 않은 존재이며 제조사들이 설명하는 기능 또한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 회사 유미(Yumii)가 제작한 로봇 ‘큐티(Cutti)’는 노인들과 그들의 가족구성원 혹은 간병인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하여 고령자들의 삶을 더욱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미중 합작회사 아바타 마인드(AvatarMind)의 로봇 아이팰(iPal)은 노인들의 동반자가 될 뿐 아니라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의 치유를 돕도록 설계되었다. 아바타 마인드의 CEO 존 오스트렘은 “우리가 아이팰을 통해 테라피스트들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로봇들을 통해 그들의 일을 도와주고, 가능하면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라스베가스에는 기술에 대한 긍정주의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것이라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다. 독일 기업 Chipherstellers Infineon의 CEO 라인하트 플로스는 로봇이 선의에 대한 잠재력을 훨씬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악한 존재로 간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독일에는 이 분야를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플로스는 이처럼 기계에 대한 공포 시나리오가 과장되었다며, “인공지능이 우리를 억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스티븐 호킹은 이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스마트 컴퓨터의 발전과 관련한 100년 후의 예측 보고서에서 그는 “이것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큰 성과이자, 아마도 인류의 마지막 성과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듯, 기술의 발전은 생물학적인 발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 스마트 기기들이 영향력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어두운 예측일 뿐 아니라, 매우 애매한 의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의 영향력이 배제된 의견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했던 말을 인용해보려 한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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