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반을 지나 4시를 향하는 이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사랑합니다.
그 시각 언저리가 되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한낮 눈부시게 찬란하던 햇살이 어느 순간 부드럽고 너그러워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계절에 그 빛은 너무나 말갛고 투명해서, 여린 나뭇잎 위로 다른 나뭇잎이 비쳐 보일 정도입니다.
그 시각이 되면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중이든, 나의 몸은 그 시간 한복판으로 붕붕 떠오르고 주위를 가득 메운 빛을 좇습니다. 눈을 감아도 빛을 느낍니다. 암흑이었던 것에 살며시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그 기운은 점점 채도가 짙어져 갑니다. 그러면 나는 왠지 그게 견디기 어려워져서 눈을 뜨고 맙니다. 빛은 더욱 온화한 모습으로 그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때마침 아이들이 자기들의 일로 바빠 곁에 없을 때면 나는 주저 않고 자전거에 올라탑니다. 빛이 가득한 곳으로 향합니다. 작은 천을 따라 강변으로, 나무들이 우거진 길을, 크고 작은 공원들을 지나, 마치 사랑에 빠진 젊은이라도 된 듯 나는 어디로든 달리고 또 달립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마음은 환희로 차오릅니다.
그러다 갑자기, 주변에 빛이 사라져 버립니다. 아니 빛은 그대로 있는데 무언가가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한없이 다정했던 애인의 정색한 얼굴 같습니다. 그즈음엔 나도 지쳐 있습니다. 회색빛 재가 들러붙은 텅 빈 아궁이 같은 마음이 되어 자전거 핸들을 돌립니다.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는 길은 성가신 노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너무 멀리 왔음을, 나는 후회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면 그제야 창밖으로 깊은 밤이 내다보입니다. 밤은 한결같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관대한 것은 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은 피곤에 절은 내 눈꺼풀 위로 살며시 내려앉으며 “괜찮다, 괜찮다”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울컥하며 하마터면 눈을 감을 뻔합니다. 아닙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닙니다. 이내 내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의 잔상을 찾으려 애씁니다. 나는 오후 3시 반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순간 말입니다.
밤의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피부에 와닿는 서늘함을 느껴봅니다. 그렇게 내일의 날씨를 가늠해봅니다. 아, 내일도 빛나겠구나. 내일 3시 반에 다시 나는 떠날 수 있겠구나. 나의 빛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나는 편안히 눈을 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