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by 주드

5월 말에 시작한 달리기.

그동안 50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와.. 내 생애 첫 경험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보잘것없는데

지금 전 왜 이렇게 기쁠까요?


달릴 때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건강하고 외로움도 안 타고 씩씩하고 나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정직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슬슬 언제부터 힘들어지는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지, 멈추고 싶은지 아니면 이 악물고 싶은지,


나는 그 누구와도 아닌 오롯이 나 자신과 끊임없이 상의하고 협상하고 협박하고, 그러다가 정말 숨이 끝까지 차올라선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됩니다. 그저 거친 숨을 내쉬며 기계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입니다.

그 순간이 내가 가장 자유로운 순간입니다. 기쁨도 기대도 슬픔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의문도 탐욕도 자책도 후회도 없이 나는 텅 빈 상태가 됩니다.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입니다.


물론 마법의 순간은 이내 끝납니다.

달리기가 종료되고 피로가 몰려오면서 그날 하루 켜켜이 쌓였던 모든 것들이 되살아납니다.

아 맞아 이거 해야지.

그때 그 사람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 아까 왜 그랬지.

내일은 괜찮은 하루일까.


어쨌든

나는 아주 좋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특히 밤의 달리기는 너무나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아이들 간신히 재워놓고

운동화 끈 매고 이어폰 꽂고 현관문 나설 때 얼마나 설레는지.

나는 꼭 몰래 애인을 만나러 나가는 기분마저 듭니다.


I've got my pace.

I've got my rhythm.

Who could ask for anything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