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상처

by 주드

폭력이 있으면 상처가 있다.

폭력이 없이 상처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 때때로 가해자 없는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지금 내 상처는 나로 인해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어리석고 부족해서 스스로 망가진 것으로, 상처받은 이는 자해하고 자책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처받은 이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다.

그 자신이 폭력을 당했음을, 가해자가 분명히 존재함을 깨닫게 하고,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격을 공격 받았고, 그로 인해 자존감의 뿌리가 망가졌고,

이 모든 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기만하도록 만든 것에

가해자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깨워줘야 한다.


난감한 경우는 가해자를 특정 짓기 힘들거나 가해자를 기억하지 못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


여기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상처 입은 자들이 그들의 원망을 받아줄 누군가를 찾는 것에 몰두하는 대신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도록 이끈다.

스스로 성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깨닫게 한다.

깨달음은 결심으로 이어지고 결심으로 얻은 에너지는 밖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에너지가 타인에게 가닿을 때 비로소 피해자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때가 예술가의 소명이 다하는 순간이다.


상처가 회복되려면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상처를 입힌 이를 용서하는 것도,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자학하던 나 자신과의 화해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