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by 주드

나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이렇게 될 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떠나는 너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소리 없이 차오르는 나의 눈을 바라보는

너의 눈 역시 붉어졌는데

너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을.

말의 형태로 태어나는 순간

너의 깊고 고요한 우물에 그늘을 드리울 것이기에

나는 입 밖으로 내뱉는 대신

두 눈으로 검고 검은 고백을 쏟아내었다.

내가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너가 잘 지내, 라고 해서

나는 잘 다녀와, 라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삶의 충만함이나 내일에 대한 기대 같은 것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밤하늘의 달이나 나뭇잎을 투과하는 햇살,

음악의 선율과 아름다운 이미지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람들과 시간과 시선을 나누고,

꿈, 약속, 추억 같은 지극히 연약한 것들을 아무 근거 없이 믿으며

그렇게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갔다.


그러다가도,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 한 줄기에

나는 갑작스럽게 스산함을 느꼈다.

두 팔로 몸을 감싸며 방금까지의 온기를 보호하려 애썼지만

나의 세상은 이미 더 이상 내가 알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익숙한 음성이 울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너는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다.


어렸을 적에 들고 다니던 백팩은

앞주머니가 늘 불룩했다.

여기저기서 모은 알약 자투리들.

이유는 모르게 나는 그것들이

예쁜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인 마냥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담았다.

언젠가 나는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을

어렴풋이 알았는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드리워진 그늘로 인해

더 깊은 곳에 숨겨진 어떤 끔찍한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있다가,

점차 모습을 키워

감히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까지

튀어나온 그것과 마침내 대면하게 된

그 어느 날 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던

그 지독히 외롭고 무서웠던 밤,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나의 목소리가 너에게 가닿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사람을 죽이는 그 순간까지도

꿈, 약속, 추억 같은 연약한 것들을 놓지 못하고

너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던 날,

너의 길고 긴 울음소리가

노랫소리처럼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그 아득한 소리에 맞춰 허밍을 했고

우리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너의 눈동자에서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서 나는 나의 손에 죽어가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세상을 볼 수도, 만들어 갈 수도 없겠지만

언제까지나 나는 너의 눈을 기억하겠다.

꿈, 약속, 추억 같은 연약한 것들을

한결같이 품어주었던

나의 사랑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