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속 다른 세계

by 김민지

유럽에 있을 때는


지금 여기가 아침 9시니까 한국은 벌써 오후 5시네.

오늘은 금요일이라 안 그래도 북적북적한 강남이 지금은 아주 난리가 났겠는걸.

아빠는 지금쯤 퇴근하고 집에 가시는 길이려나.

지금 한국이었으면 딱 치킨 시켜 먹었을 시간인데 아쉽다.

좀 있으면 창덕궁 야간개장 시작하겠네. 커플들도 참 많겠지.


한국에 있을 때는


지금 여기가 새벽 두시니까 벨기에는 아직 오후 7시밖에 안됐네.

어떤 사람들은 피렌체에서 젤라또를 먹으며 두오모 성당을 구경하고 있겠구나.

이제 곧 파리 에펠탑 조명이 켜질 시간인데 사람들은 사진 찍느라고 정신없겠지.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역 앞에서 매일 공연하던 사람들 오늘도 나왔으려나.

현재 이 시각에 이비자섬의 천국 같은 바다에서 해수욕 하고 있을 사람들이 되고 싶다.

오늘 부다페스트 국경일이니까 이따 불꽃놀이 예쁘겠다.


여행을 시작한 첫날부터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없어지지 않는 내 머릿속의 자동 듀얼 시계

내 방에 가만히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곳에서는...으로 시작해 떠오르는 수많은 곳들의 잔상들


가끔은 같은 시간대에 수많은 내가 세계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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