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로 막 접어들었을 즈음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민지야, 우리 같이 클럽 안 가볼래?"
학창 시절에 '나름' 충실했던 나는 공식적으로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술이나 클럽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었지만 안될 것도 없지 않은가.
나를 포함해 네 명이 함께 가기로 했으나 갑자기 사정이 생겨 처음 같이 가자고 했던 그 친구는 결국 못 왔다.
그전까지 '클럽'이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었다.
클럽이라는 곳이 어떻게 생긴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정확히 어떤 곳인지 전혀 알지도 못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곳이라는 것은 분명했는데 스스로 놀랍게도 나에게는 '호'였다.
학창 시절 내내 학교에 살다시피 했던 나였기에 빵빵한 음악에 흥에 겨운 사람들이 가득한 그곳의 폭발적인 분위기에 뻥 뚫릴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껴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클럽 음악의 신남에 매료되어서?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처음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그곳은 내게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신세계와 같았다.
예전의 나와 같이 클럽이라는 곳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만 가득하실 것 같은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다가는 결과가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몰래 몰래 가곤 했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학창 시절 내내 사춘기도 한번 없던 모범생이었던 내가 그런 '불순한 곳'에 발을 드나든다는 것이 발각된 후
내 예상대로 부모님은 노발대발하셨고 나를 간절히 설득해보기도 하셨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그 새로운 문화에 매료된 나는 '제발 나를 믿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달라'며 발악하기 일수였다.
서로 간의 갈등은 하루하루 깊어져 갔고 내가 '클럽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몇몇 친한 친구들마저 나를 불신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걱정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클럽문화와 파티에 대한 내 열정은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의 음악에 온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 보지 못했던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마냥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부모님과 친구들은 항상 "대체 뭐가 문제여서 이렇게 엇나가는 거니"라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내 안의 나는 이렇게 소리치며 대답했다.
'나는 엇나가고 있는 게 아니야! 내가 한심하게 보이고 무모한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인생의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지금 이때는 내가 이렇게 해야 할 때라고 느끼는걸."
마음속으로밖에 외칠 수 없었던 그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적중했다.
유럽을 처음 여행하던 때에도 역시 나는 클럽문화와 술자리를 굉장히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당시 내가 그랬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아직까지도 클럽문화라는 것이 한국에서는 마냥 부정적으로만 비춰지는사실에 반해 유럽에서는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데,
그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내가 클럽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반감을 가지거나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동양인, 특히 여자들은 매우 내성적이고 이런 문화를 즐기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거리낌 없이 같이 어울리는 나를 신기하고 반갑게 여겼다.
그리고 그런 어울림은 내가 여행 중에 느낀 여러 즐거움들 중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클럽문화로부터 발걸음이 멀어지기는 했지만
나는 지금보다 어렸던 그때 그 시절을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 때문에 수도 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하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그때의 경험들을 통해 나는 배우고 느낀 것들이 참 많았고, 그런 배움들은 지금까지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혹시라도 어린 친구들이 우연히 이 글을 읽고 괜한 환상을 가지게 될까 봐 우려가 되는데
나는 내 경험을 합리화하기 위해 클럽과 클럽문화를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에도 없다.
상황에 따라 그곳은 언제든지 위험할 수도 있고 걱정하는 일들이 안 일어나리라는 보장도 없으므로 매우 각별한 주의와 의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적은 이유는
이런 배경으로 인해 체험할 수 있었던 유럽에서의 클럽이나 파티, 그리고 페스티벌이 내게 그만큼 더욱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미리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고 거부감이 컸다면
나의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유럽여행 이야기는 180도로 다르게 쓰여질 수도 있었음을 확신한다.
하지만 그 반대였기 때문에 이날 밤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인연부터 또 그로 인해 만날 수 있었던 앞으로의 내
무수히 많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유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첫 클럽 경험에 대한 일화를 적기에 앞서 본래 의도에도 없던 말이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