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msterdam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앞으로도 하고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앞으로 1년간 해야 할 일이 있어 이전처럼 자주 글을 올리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어요.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드리고 올 한 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암스테르담의 레이체플라인의 좁은 골목 사이에 즐비한 여러 클럽? 펍? 중
그냥 눈에 먼저 띄었던 한 곳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많이 어두워 클럽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홍대의 클럽 같은 곳이 아니라 펍인 듯했다.
규모도 클럽이랑은 비교가 안될 만큼 굉장히 작아서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한국에서 내가 갔던 클럽들에서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었는데
이곳은 그렇게 춤을 추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거니와
다들 한 손에 맥주 한잔씩을 들고 옆사람과 웃고 떠들며 얘기하는 분위기여서 신기했다.
한국의 클럽에서 한창 유행하는 노래가 여기서도 똑같이 흘러나왔는데
어차피 혼자여서 같이 얘기할 사람도 없던 나는 그냥 구석에서 춤이나 춰야지 싶었다.
마침 뒷 구석의 한쪽 면 전체가 거울인 곳이 있어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입고 있던 겉옷을 허리춤에 두르고 매고 있던 크로스백을 바닥에 내려놓고서는
거울을 보며 차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춤이라고는 거리가 멀긴 했지만 나는 당시 한국 클럽에서 유행했던 셔플과 크록하라는 스텝에 매료되어 한국에 있을 때부터 틈틈이 연습하며 추기를 좋아했었는데
마침 내가 연습하던 노래들이 그곳에서도 흘러나와 어느새
내가 한국이 아닌 암스테르담에 있다는 사실도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혼자만의 흥에 심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한 명, 두 명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알아챘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에 멈췄더니 어떤 이가 계속해보라며 나를 독려했고
옆에 있던 남자는 내 어설픈 스텝을 따라 하며 웃어 보였다.
나를 조롱하는 건가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비좁은 펍 안의 열기는 후끈했다.
낯선 이들의 생각지 못한 호응에 나 역시 점점 더 흥분했고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펍 중앙 벽면 쪽에는 약간 높이 올라온 작은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급기야 어떤 이가 나를 다른 두 명의 여자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던 그곳으로 살며시 이끌었다.
한 구석에 있다가 그곳에 올라가니 펍 안의 모든 이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순간 부끄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지만 사람들 앞에서 괜히 쭈뼛거리기는 싫었다.
내 앞쪽에 있던 사람들, 바 쪽에서 맥주를 마시던 사람들 몇 명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들은
'저 이상한 동양인 여자애는 뭐야'라는 눈빛 대신 '너 좀 신기하다'같은 눈빛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그 때문인지 술은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자신감은 점점 올라갔고
순전히 그 상황을 즐길 수 있기 시작했다.
어떤 이가 내게 다가와 맥주 한 잔을 건넸다.
"아까부터 봤는데 너 춤 진짜 잘 춘다. 이건 내가 네게 사는 거니까 부담 없이 마셔도 돼."
여전히 스테이지 중앙에 있던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맥주잔을 받아 한 모금 들이켰다.
갈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시원한 맥주에 목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는 여기 사는 거야?"
"어느 나라에서 왔어?"
"그 춤은 어디서 배운 거야?"
"그 춤 어떻게 추는 거야?"
이런 여러 가지 질문들도 귀찮기는커녕 내게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그들이 되려 신기하고 고마웠다.
한국의 클럽에서는 신체적으로 '작업'부터 거는 남자들이 대다수여서 으레 경계심부터 들기 마련인데
이곳은 정확히 말하면 클럽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녀 상관없이 대화를 먼저 거는 것이 좋았다.
또 한국에 있을 때는 여자가 낯선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이 극히 드문데
여기서는 스테이지에 있던 다른 여자들이 내게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이곳은 정말로 글로벌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그 넓은 클럽에 오직 한국인들만 가득 채우고 어쩌다 간간이 외국인이 보이기 마련인데
이 좁은 곳에 있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네덜란드인 뿐만 아니라 브라질, 미국, 독일, 남아공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한참을 스테이지 위에서 춤추고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와 펍 이곳저곳을 구경했는데
그때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제일 신났다.
그중에서도 제일 안쪽 구석에 있던 내 또래의 5명의 네덜란드 남자들에게 반사적으로 눈이 갈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말 그대로 조각 같은 꽃미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웬만한 모델들도 저리 가라고 할 만큼 그들의 외양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출중했고,
평균 신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답게 동시에 장신이기까지 했다.
세계에서 잘생긴 사람이 많은 나라라고 하면 북유럽만 떠올렸었는데 북유럽은 가보지를 못했으니
앞으로는 네덜란드가 먼저 떠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신기했던 점 중 하나는 이곳은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출입에 연령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클럽들은 보통 입장 연령을 35세 정도로 제한하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40-50대 돼 보이는 남녀도 꽤 보였고 심지어 동안이신 백발 할아버지도 보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연령층이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분위기가 낯설면서도 좋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들어왔던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그 광장에 위치한 펍들이 문을 닫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그곳을 나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다른 펍으로도 들어갔다.
원래는 입장료가 있으나 문 앞을 지키던 가드들이 나를 그냥 들여보내 주었다.
좀 전에 있던 펍에서 너무 흥겨웠어서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펍은 재미가 덜 느껴졌다.
그곳에서는 나보다 한 살 어린 멕시코에서 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졌는데
작은 체구였지만 춤 실력이 보통 예사롭지가 않았다.
나를 가르치려던 그 덕분에 얼떨결에 난생처음 멕시코 전통 춤과 탭스탭 댄스를 맛보기로 익인 후에
더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펍이 있던 골목에서 조금 앞쪽으로 걸어나와 광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 열기를 식혔다.
'재밌는 밤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유럽에서의 첫 밤문화인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새벽 세시쯤 되는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긴 했지만 홍대에 비하면 훨씬 적어 보였다.
후끈 달아오른 숨을 고르며 쉬고 있는데 내쪽으로 내 또래처럼 보이는 3명의 남자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얘네들이 나한테 왜 접근하는 거지."
순간 경계심 들어 불안했던 나와 달리 그들은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여기서 이 시간에 혼자 뭐해?"
"그냥 펍에서 놀다가 너무 더워서 잠깐 쉬려고 나와있는 중이야."
"친구들은 아직 펍에 있고?"
"아니, 나 혼자 여행 중이라서 같이 온 친구는 없어."
"아직 어려 보이는데 혼자? 되게 용감하다. 이렇게 밤에 혼자 놀러도 나오고!"
"그치, 좀 지나치게 겁도 없어 보이기는 하겠다. 나도 혼자 밤에 이렇게 펍에서 노는 건 여행하고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여기가 암스테르담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도 친근하고 되게 재밌게 놀았어."
이런 간단한 대화들을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다른 3명의 내 또래 남자들이 또 다가오더니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3명의 남자들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네덜란드어로 뭐라고 얘기하면서
저리 가라는 듯한 손짓으로 그들을 쫓아냈다.
짧은 대화를 나눈지 안된 터라 처음엔 친구들이라 다가온 줄 알았는데 내가 뭐라 할 틈도 없이 갑자기 쫓아내니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얘네는 또 뭐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왠지 긴 밤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