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함께 여기저기 여행을 참 많이도 다녔다. 여행 갈 때마다 운전이나 길잡이는 늘 아빠가 도맡아 하셨는데, 항상 멀쩡히 표지판에 있는 길 대신
굳이 아무도 선뜻 따라갈 것 같지 않은 정체불명의 길을 따라가던 호기심 넘치는 아빠 덕분에결국에는 다 함께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기도 하거나 반대로 뜻밖에 새로운 광경에 놀라기도 했다.
피는 못 속이는 걸까 아니면 그런 무모하지만 용감한 우리 아빠의 방식이 익숙해져서일까.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길 대신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길을 찾아 나서는 내가 있다.
사실 길이야 내가 가는 곳 얼마든지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이 사그라들었다.
나도 안다. 길 찾기 아니, 길 만들어가기라는게 말이야 쉬워 보여도 사실은 나에게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하지만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들이 오늘의 나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안다.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비추는 달빛을 따라, 그리고 때때로 내 스스로가 달빛이 되어 오늘도 길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