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on Road

준비에 앞서

by 김민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처음 워킹홀리데이를 가야겠다고 결심한 날부터 대략 3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던 내 첫 직장이니까 할 수 있는 한 마무리는 제대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할 때를 제외한 시간은 대부분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빌려왔던 책들에서 엿본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조금 달라서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다. 그 나라에 도착하고 난 후에서야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는데, 열심히 이곳저곳에 발품 팔아 이력서 수십 장을 돌려가며 직접 일을 구하는 건 노력이 대단하지만 언제 일을 구할지 모르는 거니까 자칫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가고 싶은 도시만 정해서 떠나는 경우도 많은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초반부터 좌절감 먼저 들지는 않을까. 대부분은 그 나라의 크고 유명한 도시로 가는데 도시다 보니까 좋은 일자리가 많을 것 같아도 실은 그만큼 일할 사람도 넘칠뿐더러 그중에서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드문 게 현실이다. 일을 구할 때까지 쌩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집세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갔다가 되려 실망과 함께 돌아가는 사람들이 여기 오고 난 후에도 많이 보인다.


이 3개월이라는 시간 사이에, 나는 내가 호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부터 가장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즉흥적이고 계획성이 부족한 듯한 나지만 마냥 여행 다닐 때와는 다르게 워킹 홀리데이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워킹 홀리데이 이후에 하고 싶은 또 다른 내 여정들을 위해서는 홀리데이가 아니라 워킹이 중점이 되어야 했고, 한편으로 일은 무작정 돈만 벌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 된다는 내 신조 때문에 이런 고민이 나에겐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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