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on Road

워홀=농장?

by 김민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무슨 과일을 따러 갈 건지 내게 묻기도 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호주에 입국한 날로부터 1년간 유효하지만 몇 가지 한정된 직종 내에서 88일 이상의 일수를 채우면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스코틀랜드 캠프힐에서의 4개월과 유럽 배낭여행 1년을 합쳐도 기간이 짧게만 느껴지는 아쉬운 마음이 컸던 나로서는 애초에 호주 워홀을 떠나기 전에 2년이라는 시간을 모두 꽉 채우고 돌아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언젠가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사실이었지만, 비자 연장을 위한 목적 외에는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워킹홀리데이 일자리를 찾아보면 대부분이 농장, 공장, 시티잡(바리스타, 식당 종업원, 하우스키핑, 마트 직원, 바텐더)이고 실제로 호주에 있는 수많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이 이런 일에 종사하고 있는 것도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직업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어떤 일이던지 자신의 목표에 맞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 자체로 멋지고 대단한 거니까. 하지만 두려움이나 불안함 때문에 스스로 한계를 두고 남들 모두가 가는 길만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나는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싶었다.


떠나기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먼저 떠올린다. 그 나라의 자국민이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비자인 것, 영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없는 것,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는 것, 한국에서 했던 일과 다른 것,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그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 그곳에 아는 사람 없이 혼자인 것,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는 게 두려운 것 등등.


문제는, 그렇게 나를 이미 틀 안에 가둬놓을 때는 그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게 더욱 두려워진다는 것이다. 틀이 없을 때에는 어느 길로 가던지 일단 앞으로 발을 내딛을 수가 있지만 틀로 막혀있는 길은 그 한걸음조차 내딛는 게 두렵고 더 어려워진다.


두려운 거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때 처음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큰 게 당연한 거지만 훗날 내가 발견한 길들을 뒤돌아 볼 때 이미 그 두려움은 언제부터인가 놀라움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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