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on Road

그때 그 생각 - 1

18/03/08

by 김민지

사실 지금의 내 상황은 누가 들어도 열악해 보인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최저예산의 최장기간 여행(사실 나 스스로도 이게 가능하다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라섹 수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시력저하, 카메라도 고장, 그나마 있던 갤럭시 2도 고장 나서 사진 찍기나 인터넷은 모두 구형 아이팟으로, 예상치 못했던 여행인지라 끌고 다니는 캐리어는 10kg짜리 최소형에다가 심지어 바퀴도 깨진 것, 스코틀랜드에서 야간 버스로 이동할 때 짐칸에 넣어놨던 옷가방 통째로 도난 등등.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모든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비록 호화롭진 않아도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다는 게, 타지에서도 아픈데 하나 없이 무탈하고 건강한 게, 나에게 바라는 것 없이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늘 많다는 게, 사소한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고 모든 악재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내가 파리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인 룩셈부르크 공원의 녹색의자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행복감은 이미 최고치에 다다랐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광경을 바라보며 삶의 행복과 여유에 대한 생각이 참 많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3년 전 이맘때.


매일매일 들었던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에는 진정한 행복을 다시 찾기 위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어 있던 영국의 캠프힐을 떠났다. 통장에 300만 원뿐만 남아있을지언정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내가 바라던 행복을 찾기 위해 다시 유럽에서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후 파리에 있을 때 이 글을 썼다.


글에 쓰인 것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모든 게 열악했던 상황에 놓인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온전한 행복감은 만약 그렇게 용기 내지 않았다면 영영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


남들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부러운 현재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나는 또다시 비슷한 문제로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때처럼 행복을 따라 가장 마음이 이끌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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