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on Road

그때 그 생각 - 6

18/07/18

by 김민지

몇 주 전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갔을 때였다. 장마기간이라 어느 날엔 추적추적 내리던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그 비에 흠뻑 젖고 싶어 졌다.
"저 나가서 비 좀 맞고 올게요."라고 했을 때 당연히 엄마 아빠의 우려가 먼저 나오리라 예상했지만(그래도 나갔을 테지만), 아빠는 씩 웃으며 “재밌겠다. 나갔다와~"라고 하셨고 엄마는 아무 말 없으시다가 나중에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부탁드리기도 전에 욕실 앞에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놓아주셨다.


살면서 때때로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구도 대신 해결해줄 수 없고 나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그런 때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간에 나를 묵묵히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이들이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건 너무나도 큰 축복이다. 잃을 게 없었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 했던 이십 대 초반 때와는 다르게 한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점점 더 나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남은 인생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그 무게도 막중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더라도 저런 순간들은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지금 같은 때처럼 나에게 용기를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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