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7
오늘 아침에,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채로 갑자기 걸려온 스코틀랜드 친구 존의 전화를 받았다. 존의 노트북 마이크에 이상이 있는지 나는 존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서 서로 얼굴 보고 통화를 하지만 내가 말하면 존은 메세지로 화답을 했다. 다소 기이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게 오랜만에 통화를 해도 존은 역시 언제나 어제 본 것처럼 친근하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처음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항상 나보고 여동생이라며 실제로도 오빠처럼 챙겨주던 존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도 오늘도 되려 내가 덕담을 받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다디바에게 통화를 걸었다. 다디바는 미국에 있어서 시차 때문에 그동안 통화가 어렵다가 이제는 내가 시간적으로 자유로우니 언제든 시간을 맞출 수가 있게 되어 좋다. 퇴근 후 장을 보다가 내 전화를 받은 다디바는 화면으로 내게 마트를 구경시켜주었다. 얼마 전 새로 취직한 뒤로 일 때문에 아직은 바쁜 듯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다디바스럽게 밝은 모습으로 잘 지내는 것 같아 나도 기뻤다. 너무나 견디기 힘든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려는 그녀는 내 친구지만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우리 동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를 뵈었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로비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로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를 주고받으며 호탕한 웃음으로 마무리하고는 했는데 그동안에 감사했던 마음에 요깃거리를 드리면서 “제가 지난주부터 일을 그만두고 좀 쉬고 있어요”라고 하니 좋은 말씀을 건네주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더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는 신체검사를 받으러 서울에 나가는데 아빠가 편히 데려다주셔서 감사했고 내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감사했고 그전날 지방에서 올라온 이모가 여느 때처럼 바리바리 내게 선물들을 챙겨 와 주셔서 감사했고 볼일 보고서는 근처 사는 친구가 밥해준다고 맛있는 설렁탕을 끓여줘서 감사했고 저녁에는 친구와 같이 한강 가서 여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감사했고 오늘은 또 이런 모든 일들에 감사하며 친구네 집에 놀러 가 같이 잘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내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징조는 내가 감사함을 참 많이 느낀다는 것. 일상에 먹구름이 드리워져있을 때는 심적으로 너무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느낄 수가 없던 것들이 먹구름이 걷히고 다시 맑아졌을 땐 내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하나하나 모두 감사하게 느껴지고는 한다. 의도적으로 떠올리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금 이 상태 그 자체로 내가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진심으로, 정말 감사한 하루와 감사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