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on Road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by 김민지


탕갈루마와 해밀턴에 너무 가고 싶은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 기회조차 생길 수 있는지도 몰라서 막막할 때, 해밀턴은 차마 엄두가 안 났지만 무슨 깡으로인지 어느 날 갑자기 탕갈루마 리조트로 국제 전화를 걸어봤다.

일요일 호주 시간으로 오후 7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어서 그런지 전화 연결 중 탕갈루마에 대한 안내만 듣다가 결국 연결이 안 됐었는데, 그리고 며칠 뒤 낮 시간에 무심코 걸었던 전화가 예상치도 못하게 너무 빨리 연결되어 버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에 당황해서 탕갈루마에 직원으로 채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어버버 하며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전화를 받은 직원도 약간 당황스러워하는 게 느껴졌지만 티 내지 않고 자세하게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알려줘서 고맙다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그 짧은 순간 사이에 잔뜩 긴장했다. 고작 전화 한번 걸었을 뿐인데.


그랬었는데 정말 상상 속의 그 탕갈루마가 내 앞에 현실로 다가온 게 믿기지 않았다.
11월에 다시 이력서를 보내 달라셨던 탕갈루마 게스트 서비스 매니저님의 이메일을 받고 난 뒤에 그래도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던 10월 말. 11월 1일이 되자마자 곧바로 연락을 드리고 싶었지만 괜스레 부담감을 드릴까 싶어 3일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메일을 드렸다.


다음날인 4일에 곧바로 답변을 받았다.

'다시 상기시켜 줘서 고맙다. 11월 15일 목요일에 직접 면접을 보고 싶은데 괜찮은지 알려달라.'

11일,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 호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지도 않았다. 짐도 하나도 안 쌌다. 운전면허 시험도 필기시험이랑 기능시험만 붙고 도로주행을 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봐야 하는데 기간이 넉넉할지 가늠이 안됐다.

그렇지만 그 날짜에 안될 거 같다 말씀드리고 미뤘다가 그 사이 다른 지원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라도 한다면? 채용할까 생각 중이셨다가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신다면?

그 날짜에 면접을 보러 갈 수 있다고 곧바로 답변을 드렸다. 그리고 5일에는 다시 매니저님으로부터 HR을 통해 섬으로 오는 배편을 예약할 테니 날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호주 번호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매니저님은 아직 내가 한국에 있다는 것도, 그래서 당연히 호주 번호도 없다는 걸 모르시겠지.


면접 날짜가 잡힌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느라 정신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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